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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턴키심의제도와 달라진 건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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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01회 작성일 10-07-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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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 (조달청 시설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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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턴키심의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제도 도입 후 끊이지 않았던 공공연한 로비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3000명에서 50명으로 턴키공사의 설계심의 위원 수가 크게 줄어들자 이들에 대한 업계의 집중적인 로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심의위원 수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턴키심의 제도가 전반적으로 리모델링됐다. 턴키공사의 설계심의를 주관하는 중앙조달기관 입장에서 변화된 제도와 그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턴키(Turn-Key)’의 공식 명칭은 ‘설계시공 일괄입찰계약’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계약상대자가 알아서 하고 집주인은 키(Key)만 돌리면 모든 설비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인수한다는 의미다. 주로 크고 어려운 공사에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건설업체의 로비와 담합, 발주기관의 불공정 심의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턴키공사에 입찰하는 업체가 제출하는 설계도서는 사과박스 5개가 넘는다. 따라서 검토에만 2주일이 넘게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심의위원과 입찰업체의 접촉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 기술위원과 평가위원이라는 역할분담이다. 설계도서 검토는 기술위원이, 그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위원이 평가하도록 역할을 나눠, 충분한 검토와 공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검토와 평가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평가는 검토를 통해서만 나오는 결과인 것이다. 검토를 아무리 잘한들 평가하는 이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 심의위원들을 상시 관리한다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해결하고자 턴키심의제도에 대수술을 감행했다. 이분화된 기술위원과 평가위원을 심의위원으로 일원화하고,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또한 심의위원에게는 20일 정도의 검토기간을 주고 그 기간 동안 설명회와 분야별 토론을 거치도록 하는 등 내실 있는 검토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심의 결과도 공개하여 심의위원으로 하여금 책임지도록 하는 동시에, 불성실한 심의위원은 건설시장의 엄정한 심판을 받도록 하였다.

 새로 도입되는 턴키심의 제도는, 첫째 심의위원 풀(Pool)을 기존 3000명에서 50명 수준으로 소수정예화하고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종전에는 인터넷 상에서 신청을 받아 요건만 갖추면 풀에 포함시키다 보니, 전문성이나 도덕성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심의위원 풀은 공무원 절반, 외부전문가 절반으로 구성되는데, 외부위원은 해당 기관장이 추천하도록 하였다. 그런 뒤에 사회적 평판과 해당 분야의 경력 등을 폭넓게 심사하여 자질을 엄격하게 검증하도록 하였다. 또한 외부위원도 부정ㆍ비리에 연루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공무원에 준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내실 있는 평가를 위해 검토기간을 20일로 연장하였다. 종전에는 평가당일 새벽에 평가위원을 확정한 뒤, 오전에 설계안을 검토하고, 오후에는 업체별로 설명과 기술위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청취한 다음 평가를 했다. 몇 천억원이 되는 대형 사업의 계약자가 단 하루 만에 결정되니, 부실평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20일 동안의 설명회와 분야별 토론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교환과 토론을 거쳐 우수한 업체가 선정될 것이 기대된다.

 셋째,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였다. 심의위원 풀이 축소된 마당에 명단까지 공개하면 결국 건설업체의 로비를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명단이 공개된 만큼 보는 눈이 많아져 되레 접근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평가결과 공개로 인해 자동적으로 공론이라는 모니터링이 되면서 공정성 시비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개별적인 책임이 강화되어 특정업체에 편향된 심의위원은 자격박탈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부정ㆍ비리 전력자로 낙인 찍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넷째, 조달청은 안전망을 하나 더 추가하였다. ‘설계심의위원 사후평가’라는 제도인데 심의위원의 평가사유서와 평가점수의 부합 여부, 성실한 심의참여 여부 등을 종합하여 불공정한 심의위원은 퇴출되도록 하였다.

 완벽한 제도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란 생각은 지나친 낙관주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에 참여하는 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심의위원은 전문성과 도덕성,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고, 업체도 로비의 유혹에서 벗어나 보다 좋은 설계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만 건설산업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달라진 건설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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