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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나라와 다른 외국의 턴키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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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2,285회 작성일 10-08-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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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봉 씨플러스인터네셔날 대표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7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7월 현재 수주액이 410억 달러에 달했고, 그중 85%가 플랜트로, 대부분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또는 턴키(Turnkey) 형태의 계약이 적용되고 있다. 일부 국제차관공사를 제외하면 단순시공계약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따라서 EPC나 턴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데 해외 EPC나 턴키의 경우 국내에 적용되는 것과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 계약법령에 규정된 내용이 모범답안인양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우선 EPC나 턴키(Design-Build의 경우도 같다)의 경우 시공자가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매우 잘못된 이해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EPC나 턴키는 국내에서 고안되거나 제안된 계약의 형태가 아니다. 만약 EPC나 턴키를 통해 시공자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국제건설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공자들이 그러한 계약형태를 용납하겠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PC나 턴키의 전제는 자율이다. 그리고 시공자에게 허용된 자율의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다. 즉 책임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고 보장되는 자율성 정도에 따라 책임을 지우는 계약형태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EPC나 턴키는 특성상 설계와 시공이 병행되는 방식이고, 보상방식은 총액(Lump Sum)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턴키입찰이라 하면 개념설계(Concept Design) 정도의 설계를 근거로 EPC(또는 턴키) 계약이 체결되고, 계약이 체결된 후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여 수행하는 방식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기본설계 입찰을 거치면서도 기본설계 이후에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실시설계적격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두고 있으며 선정된 실시설계적격자에 의해 실시설계가 완료한 후 비로소 계약이 체결되는 매우 왜곡된 방식이다.

 물론 우선시공분이라는 것이 적용되나 우선시공분에 대해서는 입찰자가 실시설계를 완료하여 입찰을 해야 하므로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해외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마디로 국제건설에 적용되고 있는 EPC(또는 턴키) 방식은 설계에 대한 시공자의 자율성을 극대화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실시설계 전 과정에 발주자가 관여하고 있고, 시공자의 실시설계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경우 막대한 입찰비용에도 불구하고 계약체결이 무산될 수 있는 극단적인 위험(Risk)이 입찰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시설계를 완료한 후 계약을 할 바에는 차라리 설계를 별도로 발주하고 완성된 설계를 갖고 시공을 발주하는 종래의 방식이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보상방식도 문제인데, 국제건설계약의 경우에는 설계에 대한 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시공자가가 부담하므로 설계내용에 대해서도 발주자가 관여하지 않으며 따라서 설계의 결과물인 작업별 물량에 대하여 발주자가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작업별 시공물량에 따라 정산하는 단가(Unit Rate) 보상방식이 아니라 실제 시공물량과 무관하게 보상하는 총액(Lump Sum) 보상방식이 적용된다. 이에 반해 국내 건설법령은 작업별 시공물량을 정산하는 방식을 적용하므로 시공자의 설계와 시공에 대한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건설법규에 따르면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으로 확정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시공물량에 변경이 생기면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하면서도 물량이 증가되는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아니하고 물량이 감소되는 경우에만 계약금액이 감액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제건설계약에 적용되고 있는 턴키(Design-Build나 EPC 포함)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국내에서 턴키라 칭해지는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에 적용되고 있는 국내 법규의 내용은 해외건설계약에 적용되고 있는 턴키의 기본요소인 설계시공병행방식과 총액보상이 적용되지 않으며 따라서 턴키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국내 건설법규의 내용은 해외건설계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국내 계약법규에만 익숙해져 있는 일부 기관이나 건설종사자들이 해외에서도 국내 법규의 통용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국제건설계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결과이며 이제라도 국제건설계약에 대한 기본기를 배우고 익혀 국제건설계약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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