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설정책과 제도 혁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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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91회 작성일 22-07-05 09:20본문
새 정부 출범 직전 110大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국정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국정목표2에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국정목표4에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를 담았다. 한국경제가 도약하기 위해 현 산업생태계와 인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선언한 셈이다. 디지털과 지식기반이 되는 과학기술혁신을 정책목표로 정했다. 과학기술혁신을 주도 할 핵심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인적자원이나 인력 대신 인재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초교육과 재교육 프로그램 혁신을 분명히 했다. 교육이 110大 과제 중 6개나 차질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정책 기조에 시장은 긍정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기대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외 교육과 실무를 통해 필자가 터득한 국내 건설관련 법․제도는 곳곳에 함정이 많이 파져있다. 산업과 기술, 그리고 인력생태계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접하는 순간 건설에 법․제도 혁신이 가능할 지에 대한 의구심은 숨길 수 없다. ‘50년대 아날로그 산업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디지털산업 시대에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는 수명이 다한 아날로그 기술과 인력으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대학으로 옮기 전 연구원 18년 간 경험적으로 체득했던 진실이 있다. 국회와 정부를 상대하면서 얻은 진리다. 법과 제도에서 가장 쉬웠던 것이 만들기 였다. 한번 제정된 법과 제도를 개정하는 게 만들기보다 어려웠다. 가장 어려운 게 기존의 법․제도를 없애는 것이었다. 2019년 공학기술을 대표하는 한국공학한림원이 ’국가과학기술 법령체제를 전면 정비하라‘는 짧은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별법 제정 근거로 국가 R&D관련법이 7개 부처에 중복 혹은 분산되어 있어 새로운 기술개발 및 적용에 애로를 들었다. 보고서를 접하는 순간 7개 부처에 산재된 법 폐지가 아닌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주장 했을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경험으로 얻은 진실은 새로운 법이 만들어져도 기존에 산재해 있는 7개 부처의 법․제도는 그대로 존치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법이 기존 7개 부처 법에 더해져 새로운 규제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아쉬움과 쓸모없는 주장이 될 까 우려스러웠다.
새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과 국정과제에 깊게 공감하면서 건설 규제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담아본다. 경제도약을 위해 시장과 민간이 주도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는 취지는 디지털시대와 맞아 떨어진다. 우려하는 것은 정부부처별로 산업 협․단체에 규제 걸림돌을 제출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국내 건설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민간과 시장이 주도해 본적이 없다. 정부의 법과 제도가 주도해 왔다. 이런 관습에 익숙해져 있는 협․단체가 내 놓은 규제혁신 주문서는 해당부처에 의해 편집되게 되어 있다. 정부가 요구하기 전에 협․단체가 규제혁신 대상을 먼저 내 놓는 게 새 정부 정책목표와 맞지 않겠는가? 지난 6․23일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 규제혁신 추진전략’을 내 놓았다. 이 전략에서 4大 기본원칙(체감도․신속추진․윈윈형 개선․강력한 추진체계 구축)이 눈에 띈다. 건설현장에 당장 필요한 규제 폐지가 4大 원칙에 빠져 있다. 규제혁신의 지속성이 유지 될 수 있는 원칙보완이 필요하다. 국내 제도가 포지티브방식이기 때문에 ‘자율과 창의’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다. 원칙에 네가티브가 빠져 아쉽다. 또 다른 아쉬움은 법․제도와 산업체의 역할 분담론이 빠져 있다. 선진국에서처럼 ‘기준(input)과 평가(output)’는 법․제도의 몫이고 ‘생산 혹은 프로세스’는 산업의 몫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당장의 현안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예를 들어보자. 법의 역할은 인명사고 방지를 요구하고 사고 발생 시 평가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는 역할이 전부다. 사고 예방법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는 산업체의 몫이다. 이 원칙은 국정과제 49(산업재해 예방 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담겨져 있다. 건설현장의 현실은 산업체 역할에 너무 많은 공공기관이 개입하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내세워 3개 부처와 산하기관, 그리고 해당지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현장조사는 물론 행정서류 제출을 요구한다. 기술자가 현장감독보다 서류 작성에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것이다. 사고 예방이라는 목적은 하나인데 요구하는 행정서류는 기관별로 다르다. 공사비와 시간을 낭비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 다른 원칙으로 글로벌 시장과 호환성이 없는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하자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한국의 국제경쟁력 순위를 13위로 평가했지만 정부규제는 87위로 평가한다는 점을 알면 규제혁신의 강도와 속도가 어떻해야 하는지 답이 정해져 있는 않는가?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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