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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무한경쟁에서 얻을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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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273회 작성일 10-09-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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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부동산ㆍ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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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의 물량확보경쟁이 접입가경이다. 공공시장에서는 기술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턴키공사의 낙찰률이 가격으로 낙찰사를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 공사보다 더 떨어졌다. 민간시장인 재건축ㆍ재개발사업 수주경쟁에서는 가계약이라는 기득권이 무시된 채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에는 누가 더 싸게 공사를 수행하느냐가 낙찰의 관건이 되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들 간의 무한경쟁은 당연한 일이다. 소비자들은 보다 싸게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고 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경쟁상대를 물리치고 올라선 기업은 영역을 넓혀 안정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경쟁을 통해 국내 최고 자리에 올라섰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건설사들의 무한경쟁 또한 소비자인 공공기관이나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들 입장에서 매우 반길 일이다. 공공기관들은 절감한 예산을 돈이 필요한 다른 쪽으로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더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조합원들은 헌집을 내놓고 새집을 짓는 데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을 수 있고, 건설사들의 경쟁을 조금만 더 유발시키면 웃돈도 남길 수 있다. 가격이 싼 만큼 부실 시공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감리ㆍ감독만 철저히 하면 건설사들은 제 돈을 들여서라도 주어진 설계대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무한경쟁에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건설사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건설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서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될까.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기업으로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다. 그러나 우리 건설산업의 역사를 보면 불가능해 보인다. 실적이 좋은 대형사가 시장에서 퇴출된 일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실화돼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권의 보호 아래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가령 퇴출됐다 해도 주인만 바뀌어 무덤 속에서 부활하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따라서 건설사들의 무한경쟁은 끝이 없는 싸움밖에는 안된다. 결국에는 스스로 치명상을 입어 모두가 망가지게 된다.

 이렇듯 결과가 뻔하고 건설사들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바로 목표 달성을 위한 단기 전략 때문이 아닌가 한다. 기업의 목표라는 것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와도 같아서 전년의 실적보다 낮춰잡는 일은 거의 없다. 공공만 해도 올해 건설사들의 수주목표는 대개 사상 최대의 수주고를 올린 작년보다 높게 잡혀 있다.

 이런 와중에 최대 공기업인 LH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사업구조조정에 나섰고 지자체들도 단체장들이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면서 사업조정이 한창이다. 공공부문의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당연히 건설사들의 올해 공공부문 수주실적은 목표와 비교해 초라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만회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도 주택경기 침체로 다른 민간부문에서 실적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 건설사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한경쟁이 올 한해 단기 성과를 노린 것이고 여기에 신임을 얻기 위한 전문 경영인과 부서장의 성과주의가 한몫을 한 것이라면 해당 기업에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기업의 운명이 한 해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수주경쟁 또한 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물량이 없다가도 경기에 따라 다음해에는 생각지도 않게 물량이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 건설시장이다. 건설사 모두가 치명상을 입는 무한경쟁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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