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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건희 회장의 위기론과 건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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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32회 작성일 10-1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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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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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물론 연설이나 강연도 하지 않는다. 언론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의 대답은 무성의하거나 무례(?)하다고 느낄 만큼 단문이고 짧다. 그럼에도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신문 지면을 도배한다. 이정도면 그가 누군지 대충 짐작을 할 것이다.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어제(12월 1일)는 이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한지 2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이날 3년만에 ‘자랑스런 삼성인’ 시상식 참석을 위해 서울 삼성 서초사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옛날 10년과는 다른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다”며 “21세기의 10년은 굉장히 빠르게 온다고 생각한다. 더욱 정신 차리고 임직원과 열심히 해야 하겠다”고 했다. 빠른 변화에 대한 긴장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지시를 내리면서 도전, 변화 직시, 미래 대비라는 3대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배경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그동안 특유의 위기론을 통해 삼성의 나아길에 대해 경감심을 일깨웠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은 잘해봐야 1.5류”라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이 말은 변화를 갈구하던 시대에 화두로 부각되며 세간의 유행어로 회자되기도 했다. 삼성은 이때 양에서 질 중심의 성장을 선언한 신경영으로 전환을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23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도 위기론을 피력했다. 그는 그룹 공식 트위터를 통해“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내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 삼성의 대표적인 반도체나 휴대전화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위기를 말한다.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이 부사장은 “삼성이 몇개 분야에서 1등을 한다고 안주하고, 1등이라고 착각하는 분위기를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위기론이 주목받은 것은 잘나가는 그룹의 총수가 한 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이완을 경계하는 역할을 해온 까닭이다.

건설은 이미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모양새이다. 보릿고개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보릿고개는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말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고개만 견디면 햇보리를 수확,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건설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이 시기를 지난다고 해서 수확할 곡식들이 널려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미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규모를 해마다 줄인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수요패턴의 변화로 주택도 과거와 같은 투기열풍을 기대하기 힘들다. 환경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숨쉬기가 힘든 마당에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추스리고 고개를 들어 먼 곳도 바라보야한다. 경영은 장거리 경주이기 때문이다. 애플사의 CEO 스티브잡스는 “지금 당장은 위험한 일로 가득하지만 이것은 언제나 좋은 징조이며 위험한 일을 들여다보면 다른 측면도 보게 된다”고 했다. 변화, 위기, 신사업, 그리고 미래. 2010년 달력 한장을 남긴 시점에서 건설인 모두가 다시 꼽씹어 보아야할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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