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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거꾸로 가는 공공입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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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58회 작성일 11-01-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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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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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심화되는 공공입찰

 최근 공공공사 입찰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제도가 급변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업체가 많으며, 무엇보다 가격경쟁의 강화는 가뜩이나 물량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 ‘엎친 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입찰자가 물량과 단가를 직접 산출하여 입찰하는 순수내역입찰제를 도입했다. 순수내역입찰의 도입 목적은 표면적으론 건설업체의 적산 및 견적능력 강화다. 그러나 이면에는 입찰자가 내역을 직접 작성토록 함으로써 설계변경을 어렵게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예산절감 노력은 이해하나, 건설업체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더구나 입찰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시범사업에서 물량내역서 작성 용역비로 1개사당 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만약 50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면, 입찰비용은 100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턴키 입찰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순 적산작업에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로 볼 수 있다.

 그나마 수익성이 있다는 턴키공사조차 낙찰률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60∼70%까지 낮아진 경우도 있어, 기술경쟁을 통해 고품질 시공을 유도한다는 턴키 발주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최적가치낙찰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적(最適)가치’가 아니라 ‘최저(最低)가치’라는 비판에서 보듯, 지나지게 가격을 중시한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지방계약법’의 대상자가 대부분 지방중소업체라는 점에서, 가격보다 기술경쟁을 유도해 지방중소업체의 기술력 향상을 유도하는 배려가 아쉽다.

 최저가 확대는 시대흐름에 역행

 최저가낙찰제가 2012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도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 중소건설업체를 사지(死地)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300억원 미만 공사는 지방중소업체의 수주 비중이 85% 정도이며, 100~300억원 규모는 시공능력 500~2000위 업체의 수주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규모의 공사에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면, 각종 심의에 필요한 사유서 작성이 곤란한 지방중소업체는 수주 감소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현재 40여 개 정도의 업체가 참여하는 최저가 입찰 참가 업체수는 100~200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은 심화되고 낙찰률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이는 실행원가를 낮추고, 그 손실은 하도급업체나 장비ㆍ자재업체 등에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건설산업 전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의하면, 최저가낙찰제로 집행된 공사의 실행원가율은 낙찰가격 대비 110~120% 수준으로 적자시공 폭이 예상보다 컸다. 소위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 효과로 인해 최저가 공사를 집중 수주한 중소건설업체의 도산이 현실화된 바 있다.

 현재 최저가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70% 초반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실적공사비가 크게 확대된 탓에,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중소업체를 보호하고, 상생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최저가제를 확대하려는 방침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경쟁 중심으로 바꾸어야

 선진국에서 최저가낙찰제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종합평가낙찰제, 입찰VE방식, 기술제안입찰, 설계시공일괄입찰, 대안입찰, 브리징(bridging) 방식, 2단계입찰, 협상에 의한 방식, 인센티브방식 등 다양한 입ㆍ낙찰방식이 선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20여년 전 ‘최저가격’ 경쟁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결과 시공업체에 과다한 리스크가 전가되었고, 시공업체는 고품질 시공에 대한 의욕을 잃고, 안전ㆍ환경 등을 경시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또, 시공 도중에 클레임 또는 저가 하도급이 빈발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에 대한 반성 후 오늘날에는 최저가낙찰제를 지양하고, 리스크를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공공공사 입낙찰 제도가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경쟁에서 탈피하고, 기술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페이퍼컴퍼니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중소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옥석을 가려내려면 공공입찰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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