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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심판의 역할과 도정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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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375회 작성일 10-12-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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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부동산ㆍ자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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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마무리하고 차분히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건설사의 재건축ㆍ재개발사업 관계자들의 마음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비리를 캐기 위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 관계자들은 이미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을 겨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수차례에 이른다.

 건설사들은 다른 산업의 기업들에 비해 비리문제로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많은데 여기에는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역할(?)이 지대하다. 따라서 재건축ㆍ재개발사업과 관련한 잡음만 없어도 건설사들의 이미지는 지금보다 훨씬 깨끗해질 것이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뛰는 건설사 관계자들은 “하루하루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을 자주 한다. 영업활동을 하다보면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다.

 건설사들은 여러 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은 공공사업이나 해외사업 등과 같이 건설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왜 다른 사업보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서 비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소송 또한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심판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심판은 규칙을 적용해 경기를 진행하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경기진행 중 규칙위반을 찾아내기 위해 경기 참가자들의 동작을 관찰하고 규칙위반이 적발되면 경기자와 반칙의 종류를 결정해 호루라기, 수신호, 깃발, 카드 등으로 알리고 벌칙, 혹은 벌점을 적용한다. 경기 도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경기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필요에 따라 경기를 일시 중단시키거나 종료시키기도 한다. 심판은 원활한 진행을 통해 경기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경기가 반칙으로 얼룩져 난투극으로 치닫게 하기도 한다.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진행을 돕는 심판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령’(이하 도정법)이다. 따라서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 비리의 온상이 된 데는 도정법령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도정법은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서 반칙과 불공정, 그리고 부조리가 난무하는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방식을 개략적인 국토부 고시로 제시해 여러 편법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대의원회의에 총회에 상정할 수 있는 시공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줘 대의원 등 조합 집행부의 탈법적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데 있어서는 비밀투표의 원칙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건축ㆍ재개발사업과 비교하면 깨끗한 편이다. 이는 방대한 양의 국가계약법령에 낙찰자 선정을 위한 과정이 상세하게 규정돼 있어 편법을 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도정법령은 국가계약법령에 비하면 개략적이고 단순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도정법령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제도개선을 추진 중에 있다. 반칙이 통하지 않는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정법령이 마련돼야 한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건설사 재건축ㆍ재개발사업 담당자들을 자유의 땅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도정법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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