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저가제와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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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77회 작성일 11-02-18 09:59본문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제원론의 시장경제원리에 의하면 공급 초과 시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 초과 시 가격이 오른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이론상의 시장경제원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성립요건이 필요하고, 국민경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가치(공정, 상생, 안전, 일자리 창출, 구성원의 재생산 등)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장가격에 의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완전경쟁의 성립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장 전체에 비해 소규모인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로 구성되어 개개의 참가자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둘째, 시장 참가자는 그 시장과 상품에 관하여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셋째, 다수의 공급자가 생산하는 동종의 상품은 모두 동질적이어서 시장 참가자는 가격에 의해서만 상품을 선택한다. 넷째, 기업의 참여나 퇴거 및 자원의 이동이 자유롭다.
물론 이 네 가지의 요건이 충족되는 완전경쟁 상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제 분석 상 하나의 가설이며 실험실의 진공관과 같은 이론상의 극한상태이다.
생산 이전에 판매가 이루어지는 수주생산방식의 건설시장은 더욱 불완전하다. 첫째, 공공 부문의 건설시장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은 수요 독점적 시장력을 이용해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생산물이 없이 판매(수주)가 먼저 이루어지므로 상품에 대한 정보는 불완전하다. 셋째, 건설업체의 시공능력과 참여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므로 가격만으로 상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넷째, 수주 시 약속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건설업체의 능력을 선별하기 위해 일정한 진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현실의 시장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완전경쟁 요건이 충족된 것처럼 맹목적으로 시장가격을 신봉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왜곡과 함께 국민경제의 사회적 가치를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 건설시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수요 독점적 시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시장가격의 눈에는 생산자의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자연스럽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최저가낙찰제가 가장 효과적인 입찰방식이다. 낙찰률이 과도하게 낮아져도 최저비용에 의한 거래의 효율성은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국민의 혈세인 정부 예산을 절감하였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원수급자-하수급자-근로자로 이어지는 도급구조상 원수급자의 저가수주는 건설업계 구성원 모두의 파이를 축소시킨다. 생존에 급급해진 구성원들은 협력 대신 갈등 관계로 치닫고 결국 상생이 아닌 공멸에 이르게 된다. 그 피해는 약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공정사회 실현도 멀어진다. 실공사비가 부족해 품질 저하와 부실시공 위험은 커지며, 무리한 공기 단축은 생명을 앗아가는 산재로 이어진다.
당장 절감된 예산은 생산물의 생애주기 동안 하자보수와 유지관리 비용 등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부실한 생산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불법 일괄하도급에 의존하는 부실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결국 건설업체의 부실화를 초래한다. 부족해진 노무비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이면서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불법체류자를 찾게 한다. 그 결과 내국인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실업문제를 심화시키고, 내수 진작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사업주는 임금지불능력이 저하되어 임금지불을 늦춘 유보임금(속칭 시메끼리) 관행이 만연되고 반서민적인 임금 체불로 이어진다. 임금 하락과 장시간 근로 등 근로조건의 악화는 젊은 층의 현장 기피를 촉진시켜 고령화는 심화되고 숙련인력 기반은 붕괴된다. 부실업체 증가와 숙련인력 기반의 붕괴는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과거 60년간 건설산업에서 반복되어 온 행태이며, 이미 우리의 현실이 벼랑 끝에 섰음을 경고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불완전한 건설시장에서 시장가격의 눈은 당장의 자원 배분에만 초점을 맞는 근시안일 뿐 중장기적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상생, 공정, 일자리, 구성원의 재생산 등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내다 보는 건강한 눈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가격의 근시안을 탓해서는 안 된다. 잘못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맹목적으로 가격을 신봉한 경제 구성원에게 있다.
불완전한 시장에서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우리 사회와 건설시장의 특성에 부합하는 제도적 안경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똑똑한 규제(smart regulations)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원론의 시장경제원리에 의하면 공급 초과 시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 초과 시 가격이 오른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이론상의 시장경제원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성립요건이 필요하고, 국민경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가치(공정, 상생, 안전, 일자리 창출, 구성원의 재생산 등)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장가격에 의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완전경쟁의 성립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시장 전체에 비해 소규모인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로 구성되어 개개의 참가자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둘째, 시장 참가자는 그 시장과 상품에 관하여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셋째, 다수의 공급자가 생산하는 동종의 상품은 모두 동질적이어서 시장 참가자는 가격에 의해서만 상품을 선택한다. 넷째, 기업의 참여나 퇴거 및 자원의 이동이 자유롭다.
물론 이 네 가지의 요건이 충족되는 완전경쟁 상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제 분석 상 하나의 가설이며 실험실의 진공관과 같은 이론상의 극한상태이다.
생산 이전에 판매가 이루어지는 수주생산방식의 건설시장은 더욱 불완전하다. 첫째, 공공 부문의 건설시장에서 정부와 지자체 등은 수요 독점적 시장력을 이용해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생산물이 없이 판매(수주)가 먼저 이루어지므로 상품에 대한 정보는 불완전하다. 셋째, 건설업체의 시공능력과 참여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므로 가격만으로 상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넷째, 수주 시 약속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건설업체의 능력을 선별하기 위해 일정한 진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현실의 시장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완전경쟁 요건이 충족된 것처럼 맹목적으로 시장가격을 신봉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왜곡과 함께 국민경제의 사회적 가치를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 건설시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수요 독점적 시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불완전한 시장이다. 시장가격의 눈에는 생산자의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자연스럽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최저가낙찰제가 가장 효과적인 입찰방식이다. 낙찰률이 과도하게 낮아져도 최저비용에 의한 거래의 효율성은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국민의 혈세인 정부 예산을 절감하였으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원수급자-하수급자-근로자로 이어지는 도급구조상 원수급자의 저가수주는 건설업계 구성원 모두의 파이를 축소시킨다. 생존에 급급해진 구성원들은 협력 대신 갈등 관계로 치닫고 결국 상생이 아닌 공멸에 이르게 된다. 그 피해는 약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공정사회 실현도 멀어진다. 실공사비가 부족해 품질 저하와 부실시공 위험은 커지며, 무리한 공기 단축은 생명을 앗아가는 산재로 이어진다.
당장 절감된 예산은 생산물의 생애주기 동안 하자보수와 유지관리 비용 등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고, 부실한 생산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불법 일괄하도급에 의존하는 부실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결국 건설업체의 부실화를 초래한다. 부족해진 노무비는 상대적으로 저임금이면서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불법체류자를 찾게 한다. 그 결과 내국인의 일자리를 감소시켜 실업문제를 심화시키고, 내수 진작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사업주는 임금지불능력이 저하되어 임금지불을 늦춘 유보임금(속칭 시메끼리) 관행이 만연되고 반서민적인 임금 체불로 이어진다. 임금 하락과 장시간 근로 등 근로조건의 악화는 젊은 층의 현장 기피를 촉진시켜 고령화는 심화되고 숙련인력 기반은 붕괴된다. 부실업체 증가와 숙련인력 기반의 붕괴는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과거 60년간 건설산업에서 반복되어 온 행태이며, 이미 우리의 현실이 벼랑 끝에 섰음을 경고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불완전한 건설시장에서 시장가격의 눈은 당장의 자원 배분에만 초점을 맞는 근시안일 뿐 중장기적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상생, 공정, 일자리, 구성원의 재생산 등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내다 보는 건강한 눈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가격의 근시안을 탓해서는 안 된다. 잘못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맹목적으로 가격을 신봉한 경제 구성원에게 있다.
불완전한 시장에서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우리 사회와 건설시장의 특성에 부합하는 제도적 안경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똑똑한 규제(smart regulations)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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