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탱자’가 되어가는 물량내역수정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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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42회 작성일 11-02-14 19:58본문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물량내역수정입찰과 순수내역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순수내역입찰은 서구선진국의 입찰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발주자가 설계도서만 주면 입찰자가 시공방법을 고민해서 주된 공종의 물량을 뽑고 단가를 산출하여 입찰하라는 취지다. 또, 입찰단계에서 미리 물량내역서를 검토ㆍ수정하여, 설계변경을 최소화하고 업체의 견적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여기서 견적능력이란 단순히 물량을 얼마나 잘 뽑는가보다는 다양한 시공방식 하에서 공사비를 정확히 산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제 소요물량보다 7% 부족 우려
물량내역수정이나 순수내역입찰은 기술제안입찰 등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저가낙찰제와 결합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우선 물량내역수정방식은 설계변경을 안 하는 범위에서 시공에 자유를 준다는 취지는 사라진 채, 단순히 물량을 얼마나 잘 뽑는지를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
더구나 실제 소요량이 아닌 정미량(正味量)을 뽑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정미량이란 설계도서 상 물량으로 할증률이 고려되지 않은 물량이다. 철근을 예로 들면 20m로 설계되어 있더라도 시공에는 21m가 필요하다. 절단, 이음 등 가공을 하면서 버려지는 자투리물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표준품셈은 철근물량 산출 시 5% 정도 할증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입찰자마다 할증률이 다르면 통일된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미량’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또, 물량을 뽑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감안하여 관대하게(?) -2%까지 허용오차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저가입찰 사유로서 물량삭감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결국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입찰자는 무조건 2% 물량을 삭감해서 입찰하게 될 것이다. 즉, 할증률을 반영하지 못해 5% 깎이고, 입찰과정에서 2% 삭감되고, 결과적으로 실제 소요량에 비하여 7% 정도 물량이 부족하게 된다. 당연히 부실공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량내역수정방식에서 물량 수정 범위는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이 산출과정에서 큰 오류가 없는지, 혹은 세부공종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
발주자에게 선택토록 해야
현재 순수내역입찰은 발주자가 판단하여 적용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반면 물량내역수정입찰은 적용대상에 혼선이 있다. 정부는 300억원 이상 모든 공사에 의무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현행과 같이 단순히 물량만 삭감하도록 강제한다면 실익이 부족하다.
우선 입찰비용이 늘어난다. 대안입찰이나 기술제안입찰처럼 원가절감이나 설계대안을 찾는 데 드는 비용은 생산적일 수 있으나, 기계적으로 물량만 뽑는다면 비용효용적(cost-effective)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볼트ㆍ너트 개수까지 따져서 공사비를 산출하므로 수량산출서만 수천 페이지에 달할 수 있다. 따라서 물량내역수정입찰의 적용 여부는 발주자에게 맡겨야 한다.
물량내역수정을 허용하는 공종에 대한 논란도 많다. 국가계약법은 몇 개 공종을 지정토록 했으나, 지방계약법은 모든 공종에서 허용하고 있다. 단순히 발주자가 제시한 내역의 오류를 교정하는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모든 공종에 대해 허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행처럼 물량을 인위적으로 삭감하는 것이라면 허용 범위를 가설 공종 등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수정된 세부공종만 설계변경 불허해야
입찰자 측에서는 설계변경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약 30개 공종 가운데 2~3개를 정해 물량내역수정을 허용할 예정인데, 본질적으로 설계변경이 불허되는 부분은 입찰자가 수정한 ‘세부공종’의 물량에 국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공사의 세부공종 가운데 입찰자가 잔토처리물량을 수정했다면, 그 부분만 설계변경이 불허되어야 하며, 되메우기나 터파기 등 오류에 대해서는 설계변경이 허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입찰자가 제출한 물량내역서에 대한 질적 평가도 필요하다. 물량내역수정이나 순수내역입찰의 내역서에는 현재 저가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장비조합이나 기계화시공, 장비용량 변경, 최신장비 적용, 가설공법 변경 등의 사항이 모두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저가사유서 대신에 내역서를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순수내역입찰이나 물량내역수정 방식은 잘 운영하면, 건설업체의 기술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만을 뽑는 경쟁으로 몰아간다면, 입찰비용과 시공자 부담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수입한 ‘귤’이 ‘탱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물량내역수정입찰과 순수내역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순수내역입찰은 서구선진국의 입찰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발주자가 설계도서만 주면 입찰자가 시공방법을 고민해서 주된 공종의 물량을 뽑고 단가를 산출하여 입찰하라는 취지다. 또, 입찰단계에서 미리 물량내역서를 검토ㆍ수정하여, 설계변경을 최소화하고 업체의 견적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여기서 견적능력이란 단순히 물량을 얼마나 잘 뽑는가보다는 다양한 시공방식 하에서 공사비를 정확히 산출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제 소요물량보다 7% 부족 우려
물량내역수정이나 순수내역입찰은 기술제안입찰 등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최저가낙찰제와 결합되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우선 물량내역수정방식은 설계변경을 안 하는 범위에서 시공에 자유를 준다는 취지는 사라진 채, 단순히 물량을 얼마나 잘 뽑는지를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있다.
더구나 실제 소요량이 아닌 정미량(正味量)을 뽑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정미량이란 설계도서 상 물량으로 할증률이 고려되지 않은 물량이다. 철근을 예로 들면 20m로 설계되어 있더라도 시공에는 21m가 필요하다. 절단, 이음 등 가공을 하면서 버려지는 자투리물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표준품셈은 철근물량 산출 시 5% 정도 할증을 주고 있다. 그런데도 입찰자마다 할증률이 다르면 통일된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미량’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또, 물량을 뽑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감안하여 관대하게(?) -2%까지 허용오차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저가입찰 사유로서 물량삭감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결국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입찰자는 무조건 2% 물량을 삭감해서 입찰하게 될 것이다. 즉, 할증률을 반영하지 못해 5% 깎이고, 입찰과정에서 2% 삭감되고, 결과적으로 실제 소요량에 비하여 7% 정도 물량이 부족하게 된다. 당연히 부실공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량내역수정방식에서 물량 수정 범위는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이 산출과정에서 큰 오류가 없는지, 혹은 세부공종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
발주자에게 선택토록 해야
현재 순수내역입찰은 발주자가 판단하여 적용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반면 물량내역수정입찰은 적용대상에 혼선이 있다. 정부는 300억원 이상 모든 공사에 의무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현행과 같이 단순히 물량만 삭감하도록 강제한다면 실익이 부족하다.
우선 입찰비용이 늘어난다. 대안입찰이나 기술제안입찰처럼 원가절감이나 설계대안을 찾는 데 드는 비용은 생산적일 수 있으나, 기계적으로 물량만 뽑는다면 비용효용적(cost-effective)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볼트ㆍ너트 개수까지 따져서 공사비를 산출하므로 수량산출서만 수천 페이지에 달할 수 있다. 따라서 물량내역수정입찰의 적용 여부는 발주자에게 맡겨야 한다.
물량내역수정을 허용하는 공종에 대한 논란도 많다. 국가계약법은 몇 개 공종을 지정토록 했으나, 지방계약법은 모든 공종에서 허용하고 있다. 단순히 발주자가 제시한 내역의 오류를 교정하는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모든 공종에 대해 허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행처럼 물량을 인위적으로 삭감하는 것이라면 허용 범위를 가설 공종 등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수정된 세부공종만 설계변경 불허해야
입찰자 측에서는 설계변경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약 30개 공종 가운데 2~3개를 정해 물량내역수정을 허용할 예정인데, 본질적으로 설계변경이 불허되는 부분은 입찰자가 수정한 ‘세부공종’의 물량에 국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공사의 세부공종 가운데 입찰자가 잔토처리물량을 수정했다면, 그 부분만 설계변경이 불허되어야 하며, 되메우기나 터파기 등 오류에 대해서는 설계변경이 허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입찰자가 제출한 물량내역서에 대한 질적 평가도 필요하다. 물량내역수정이나 순수내역입찰의 내역서에는 현재 저가 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장비조합이나 기계화시공, 장비용량 변경, 최신장비 적용, 가설공법 변경 등의 사항이 모두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저가사유서 대신에 내역서를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순수내역입찰이나 물량내역수정 방식은 잘 운영하면, 건설업체의 기술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만을 뽑는 경쟁으로 몰아간다면, 입찰비용과 시공자 부담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수입한 ‘귤’이 ‘탱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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