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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물량내역수정입찰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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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58회 작성일 11-04-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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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강력 반발 속 정부 강행

 “이 제도에 대해 건설업계 전반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국제 수준의 견적능력 배양이라는 허울뿐인 명분하에 부실설계 검증절차 부재로 발생되는 공사비 증가에 대한 발주기관의 부담을 시공업체에 전가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국내 227개 건설사 명의로 된 건의서가 국회와 감사원, 기획재정부 등에 전달됐다.

 건의서의 핵심내용은 정부가 대형 건설공사 입찰에 새로 도입한 물량내역수정입찰제도의 폐지다.

 정부 입찰제도는 각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나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물량내역수정입찰제도에 대해서는 무려 227개사가 ‘반대’라는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건의서에 이름을 올린 227개사에는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1등급과 2등급 건설사들이 망라됐다. 물량내역수정입찰제도의 대상이 되는 건설사들 대부분이 참여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10대 건설사들은 이번 건의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역시 반대한다는 입장이 압도적이다.

 △단가에 물량까지 줄이는 입찰제도  

 물량내역수정입찰이란 발주기관이 교부한 물량내역서를 입찰참가자(건설사)가 수정하도록 한 것이다. 순수내역입찰이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건설사가 직접 물량을 뽑고 내역서를 작성하는 제도다.

 건설사재를 예로 든다면 물량내역수정입찰에서는 발주기관이 제시한 철근이나 레미콘 등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의 량을 건설사가 일부 수정하며, 순수내역입찰에서는 건설사가 직접 투입 자재를 산출한다.

 이 같은 제도는 지난해 10월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며 최저가낙찰제 대상 건설공사 입찰에 적용된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건설사들의 견적능력과 기술력 강화, 물량산출의 오류 수정, 설계변경 억제 등이다.

 이 가운데 물량내역수정입찰은 작년에 100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서 올해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고, 내년에는 300억원 이상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다. 작년에는 적용공사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부터 시행되는 셈이다.

 △공사비 한번 더 쥐어짜는 제도

 건설업계가 이미 시행된 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먼저 낙찰률과 공사비 하락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최저가낙찰제가 공종별 단가를 낮춰 적어내는 데 비해 물량내역수정입찰은 여기에 추가로 투입물량까지 줄여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최저가낙찰제에서는 입찰금액을 낮춰 써야 공사를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은 ‘축소’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집행된 ‘북항대교~동명오거리간 고가·지하차도 건설공사 2공구’ 입찰에서는 참여업체 평균 투찰률이 71.46%, 가장 낮은 투찰률은 64.57%였다. 이 공사는 물량내역수정입찰이 첫 적용된 공사였다.

 같은 날 기존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이 실시된 ‘왜관~가산간 도로건설공사 1공구’의 평균 낙찰률은 75.52%, 최저 투찰률은 74.87%였다.

 다른 공사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 투찰률이 4.06%p, 최저투찰률은 무려 10.30%p 차이가 난 것이다.

 건설사들이 물량내역수정입찰에서 허용되는 2% 범위까지 최대한 물량을 줄였고 이에 따라 입찰금액도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북항대교∼동명오거리 도로공사는 69%가 정상적인 투찰률이나 처음으로 시행하는 입찰제도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물량을 줄였다”며 “이 제도를 적용한 공사 입찰에서는 저마다 수주를 위해 기존 방식보다 낮게 투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물량내역수정입찰은 가격은 물론 물량까지 재량껏 줄일 수 있어 각사의 투찰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며 “수주산업 특성상 공공 입찰시장에서 생존하고자 일정 부분 적자를 보면서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7% 투입물량 줄이면 부실공사 우려

 물량이 허용범위인 2%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7% 이상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이 제도에서 “물량의 실제 소요량이 아닌 정미량(正味量)을 뽑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미량이란 설계서에 제시된 정확히 계산된 자재 등의 물량이다. 그런데 건설공사에서 실제 소요되는 물량은 이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

 철근이 20m로 설계돼있어도 절단이나 이음 등의 가공단계에서 버려지는 자투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표준품셈에서는 정미량보다 5% 할증해 철근물량을 산출하고 있고, 다른 자재들도 최저 1%에서 최고 30%의 할증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물량내역수정입찰에서는 할증률이 있으면 통일된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미량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 실장은 “할증률을 반영하지 못해 5% 깎이고, 입찰과정에서 2% 삭감되면 결과적으로 실제 소요량에 비하여 7% 정도 물량이 부족하게 된다”며 “당연히 부실공사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햇다.

 그는 또 “물량내역수정방식에서 물량 수정 범위는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이 산출과정에서 큰 오류가 없는지, 혹은 세부공종이 누락된 것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는 정도로 국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찰비용 건당 최고 1억이상

 입찰참가비용 증가도 건설업계가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건당 3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과도한 입찰비용은 사회적 낭비와 함께 수주물량 감소 및 경기침체, 수익감소로 가뜩이나 힘든 처지에 있는 건설업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적산과 견적 인원을 보강해야 하지만 여력이 없고 결국 외부 용역업체에 돈을 주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중소건설사는 말할 것 없고 대형사들도 외부용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도 자체 인력으로 모든 입찰을 소화할 능력이 안된다”며 “결국 외부 용역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서 건설사의 기술력 향상이라는 제도도입 취지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최저가낙찰제 보다 입찰기간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입찰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효용성도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제도

 부실공사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도 논란거리다.

 최초 물량내역서를 교부한 발주기관과 이를 수정한 건설사, 용역을 수행한 용역사 가운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량내역수정입찰이 최근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종합건설사는 물론 전문건설사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를 한번 더 삭감하면 하도급사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최저가공사도 공사 원가 삭감과 저가 낙찰로 적자를 보며 하도급을 받아 경영여건이 어려운데 이 제도로 전문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물량 수정으로 공종별 물량과 낙찰금액이 감소하면 하도급 공종의 투입 인원과 금액도 적어져 일감이 없는 직원들을 실업자로 만들게 된다”라고 성토했다.

    김정석기자 jskim@·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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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되지 않은 제도에 발주기관도 반감

 입찰공고 후 기준 만드는 진풍경...공사발주 지연 원인

 

 준비되지 않은 제도의 시행에 건설사들은 물론 발주기관의 반감도 거세지고 있다.

 건설공사 발주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물량내역수정입찰에서 찾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공기업의 계약부서 관계자는 “현재의 제도도 충분한데 왜 이런 제도를 계속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간을 좀 줘야지 갑자기 시행한 이유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 역시 “현재의 최저가제도에서도 품질확보가 가능한데 물량내역수정입찰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물량내역수정입찰 시행을 위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바로 시행됐고 아직도 대부분의 발주기관이 실제 시행에 필요한 세부심사기준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했다.

 최저가낙찰제에서 덤핑입찰 방지를 위한 입찰금액 적정성심사는 조달청에서 시행하지만 물량산출 적정성심사는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한 발주기관이 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발주기관이 물량산출을 심사할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시행된 물량내역수정입찰에서는 입찰이 공고된 이후 발주기관이 세부심사기준을 만드는 진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가 수정한 물량내역을 어떻게 심사할지도 결정하지 않은채 입찰을 공고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를 어떻게 선정할지도 알려주지 않고 입찰 이후에 심사기준을 만들고 있으니 건설사들이 새 제도에 대처할 수가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은 입찰 공정성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이 세부심사기준의 상위규정이라 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예규가 개정되지 않아 자체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건설관련 공기업 가운데서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제외한 철도시설공단,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등이 아직도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다만 500억원 이상 건설공사 발주 예정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 마련에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 공기업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준 마련이 늦어지면 대형공사 발주가 지연되거나 입찰 이후에 기준을 만드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새로운 입찰제도 시행에 따른 부담감으로 당초 1분기 발주를 계획한 시설공사에 대한 계약요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수요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물량내역 적정성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어찌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jskim@·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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