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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공공시장] “자잿값 폭등 리스크 피하자” 입찰 중단 업체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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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2-08-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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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형입찰 유찰 사태 이어 300억원 미만 일반공사까지
원가율 악화로 손실 우려 입찰 올스톱 업체 속속 관측
과도한 중대재해 처벌도 한몫... 시장 정상화 특단책 시급


[e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자잿값 폭등으로 공공건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중대형건설사 위주로 참여하는 고난도 대형공사인 기술형입찰 유찰사태에 이어, 건설산업 풀뿌리인 300억원 미만 소규모 일반 공공공사까지 입찰을 중단하는 회사들이 속속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 현실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특단의 정부대책이 없는 한, 공공건설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등급 건설사인 A사는 올해 상반기부터 공공건설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입찰 부문별로 토목공사는 물론 건축공사, 환경설비 등 입찰을 일절 중단했다.

이는 A사 최고 경영자의 방침에서 비롯했다. A사 공공영업팀장은 “최고 경영자의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공공사업 어떤 입찰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입찰담당자가 입찰을 못하면 답답하겠지만 참고 그 시간에 차라리 개인역량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특히, 입찰중단 사태는 비단 A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충남소재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B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함께 컨소시엄을 꾸리기 위해 B사와 접촉을 했는데 B사가 앞으로 당분간 어떤 공공건설 분야에도 입찰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함께 참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공공건축 공사의 경우에는 적격심사 혹은 300억원 미만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 공사임에도 유찰되거나 재공고에도 단 2개 업체만 참여하기도 했다.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6월 개찰한 간이 종심제 방식의 ‘이천~문경 철도건설 313역사외 4동 신축 기타공사’는 4월 최초 공고 당시 무응찰 유찰된 데 이어 6월에도 단 2개 업체만 참여한 바 있다.

최근 개찰한 ‘화천군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바이오가스화) 설치사업(토목, 건축, 기계)’에는 적격심사 공사임에도 1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경쟁률은 원자재 가격 급등 이전 시기와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적격심사 방식의 ‘강빛 초ㆍ중 통합학교 신축공사’엔 147개 회사가 참여했다. 역시 적격심사 방식의 ‘서안성 체육센터 건립사업(건축, 토목, 기계)’은 608개사가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또 다른 1등급 건설사 견적팀장은 “우리 회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등급 건설사는 애초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적인 상황이고 건축공사는 투찰률을 아무리 높여도 적자 시공이 예상돼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A사 외에도 전국 각지의 복수의 회사가 공공사업은 현재 일시적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공사 입찰 중단사태까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역대 최대수준의 건설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 자재가격 상승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다. 2021년 건설중간재 물가지수는 전년 말 대비 27.3% 상승했다.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1980년대 초 오일쇼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자재가격 상승은 원가율 악화로 이어져 공공건설업계 전반에 손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설계와 시공 분리 입찰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등의 공사비 현실화 방안도 마련돼 있지만 100% 공사비를 보전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투찰률을 3~5% 정도 높게 형성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투찰률을 5% 높여 수주를 하더라도 적자 시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도 입찰중단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건설업계에서 안전담당 임원을 별도로 채용했음에도 중대재해발생 시, 실질적 소유주인 건설사 오너의 형사처벌을 완벽히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경영과 관련해 결재를 하지 않더라도, 중대재해 발생 시 고강도 조사를 통해 명목상 대표이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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