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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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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450회 작성일 22-06-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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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 이례적인 물가의 충격은 이례적인 금리 행보를 유인했다. 미국 연준의 0.75%p의 기준금리 인상은 28년 만인 매우 보기 드문 거인의 행보 즉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필자가 최근 발간한 『긴축의 시대』는 이른바 시대적 전환을 주목했고, 경제가 또 다른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을 전망했다.

물가는 사실상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토록 미국 물가지표에 주목했었던 적이 있던가? 미국 물가상승률이 8.6%를 기록했다. 41년 만의 최고치다. 이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물가인지를 글로는 아무리 설명해도 실감하기 어렵다. 적어도 만 40세 이하의 세계인구는 이런 물가상승률을 처음 경험했다고 할 수밖에. 한국의 5월 물가상승률인 5.4%와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높지만, ‘저성장-저물가’의 경제 대국에서 8%대 물가는 한국경제에 비유하면 두 배인 16% 이상에 해당할지 모른다.

더욱 긴장되게 만드는 것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까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요인들이 작아지지 않고 있고, 특히 공급망 병목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생활 전반의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초인플레이션 현상은 공급 측면의 요인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식량자원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에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차단하더니, 인도는 밀을,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자국 물가안정을 우선하는 정책들이 집중하다 보면, 글로벌 공급망은 더욱 틀어 막히게 되고 가격은 치솟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경제 주체들이 향후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면, 실제 물가가 그렇게 반영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임금협상을 추진한다든가, 재룟값이 올라 메뉴 가격을 올린다든가 하는 현상이 그런 것이다. 원자재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들이 미리 비축분을 늘린다든가, 화장지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가계가 사재기하는 현상도 심리적인 움직임이 실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어서 고물가 현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물가만큼이나, 물가 잡기 행보도 매우 급해졌다. 이번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연준이 밝힌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미래 기준금리 전망표)에 따르면 연말 기준금리가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가 1.75%라는 것을 생각하면 올해 남은 4번의 정례회의에서 추가적인 자이언트 혹은 빅스텝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023년까지 긴축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는 미국 연준의 전망은 세계경제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금리의 역습이 시작되는가? 미국의 금리인상은 2.5%의 중립금리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강한 행보다. 중립금리는 연준이 설정한 최적의 기준금리 선으로, 인플레이션도 경기침체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금리라고 볼 수 있다. 즉, 중립금리를 초과해 가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진행한다는 것은 경기침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연준의 판단인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Stagflation risk rises...)”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세계경제의 물가 상승압력은 여전한데, 동시에 경기침체 국면에 내몰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 연준은 2022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8%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은 호황인데 자본시장만 경색되는 흐름이었다면, 하반기부터는 실적마저 어두울 전망이다. 실물경제 관점에서, 높은 금리와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신산업 진출 의지를 꺾이게 만들고, 이는 고용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일자리가 부족해지니 소비침체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물가에 소득은 줄어드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도 높은 금리는 저축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 현재 소비를 줄이게 만들고, 변동금리에 의존하는 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어,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

달라진 시대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땅에서 달리기할 때와 바다에서 수영할 때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완화의 시대에 취했던 투자방법을 긴축의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21년부터 시작된 완화에서 긴축으로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돈의 이동을 불러왔다. 완화의 시대에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한 방향으로 치솟았다면, 긴축의 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급격히 오르고 자산시장은 하방압력을 피할 수 없다. 시대를 규명하고, 그 시대에 맞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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