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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낙찰률이 종심제의 성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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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587회 작성일 21-08-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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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최저가 낙찰제도와 다르지 않은’, ‘운이 결정하는’. 종심제(종합심사낙찰제)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문구들이다. 종심제 도입 이후 낙찰률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과정에서 낙찰률이 종심제의 ‘성적’으로 간주되는 인식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낙찰률이 높을수록 좋은 낙찰제도인가? 입찰자 입장에서는 ‘높은 낙찰률 = 좋은 낙찰제도’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없는 등식이다. 따라서 낙찰률을 낙찰제도의 우수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공감의 잣대라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발주처가 입찰 전에 책정한 예산(또는 예정가격)은 발주자가 ‘속으로 생각한’ 예산이지 반드시 다 주겠다고 작정한 가격은 아니다. 그래서 시장가격을 알기 위해 낙찰제도를 통해 시장 테스트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낙찰제도가 시장가격을 테스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이다.

시장가격에 대해 깊이 들어가면 경제학적 논의를 넘어서 철학적 논의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얕은 수준으로만 보자면 종심제가 시장가격을 테스트하는 과정에 일부 ‘굴절된(twisted)’ 메커니즘이 있기는 하다. 균형가격이 대표적인 예이며, 상한과 하한의 일부 입찰가격을 배제한다는 취지는 정부와 건설업계가 컴포트존(comfort zone)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양보한 굴절로 보인다.


그런데 균형가격이라는 메커니즘이 가미되면서 종심제 비판의 관점이 되는 ‘운(運)’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었다. 균형가격이 입찰자 보호장치의 역할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일 시장가격을 ‘순도(純度)’ 있게 테스트한다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균형가격보다는 ‘입찰가격 액면 그대로’라는 메커니즘이 더 타당해 보인다. 단, 이를 위해서는 기술중심의 평가라는 종심제의 취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종심제의 도입 취지 또는 기대효과는 무엇이었는가? 최저가 낙찰제를 탈피하고 종심제로 전환하던 당시 관련 자료와 신문 기사들을 찾아보면 정부의 명분과 건설업계의 기대감을 관찰할 수 있다. 정부 예산을 조금 더 지출하더라도 시설물 품질 향상, 부실공사 방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이 정부의 명분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며, 건설업계는 낙찰률 상승을 기대했었다.

종심제를 운영한 지 5년 정도 경과했으니 기대효과가 충족되었는지 중간점검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종심제가 시설물 품질 향상, 부실공사 방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에 기여하였는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어 있다. 나름 이유도 있다. ‘정부 예산을 조금 더 지출하더라도’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효과에 대한 검증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종심제는 검증할 수 없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종심제 운영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낙찰률 하락이며,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종심제가 가격경쟁으로 변질되는 배경이 변별력이 부족한 기술평가(수행능력평가)라고 한다. 종심제 도입 취지 자체가 기술중심의 평가였는데 이를 변별하는 기능이 부족하다면 이 역시 대단한 아이러니이다. 결국, 향후 종심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기술평가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이다.


기술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찰참가 및 기술평가와 관련된 기준을 확실히 상향 조정하면 된다. 그런데 낙찰률이 올라가는 선택을 발주처가 기꺼이 할 수 있을까? 또한 경쟁강도의 강화를 ‘체급 차이’가 존재하는 건설업계에서 기꺼이 수용할 수 있을까? 그래도 기술평가의 변별력을 높이는 것은 기술평가의 공정성 확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이다. 공정성 이슈는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논의와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종합심사제를 둘러싼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이슈를 풀기 위해서는 불편한 질문을 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변별력이 높은 차별적 낙찰제도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발주처는 경쟁의 과정을 공정하게 운영하며, 입찰자는 공정하게 참여할 자신이 있는가? 균형가격을 걷어내고 입찰가격에 책임질 수 있는가? 불공정한 심사자에 대해 확실한 기회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운영할 수 있는가? 등이 대표적으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불편한 질문들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낙찰률이라는 수치가 아니다. 진짜 집중해야 할 것은 경쟁, 공정, 책임, 승복이라는 낙찰제도의 ‘민낯’을 감당할 준비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종심제를 원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해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시설물 품질 향상, 부실공사 방지, 글로벌 경쟁력 향상 등의 성과가 나타나는지 검증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종심제 성적의 잣대는 낙찰률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한수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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