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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저가낙찰제 확대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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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42회 작성일 11-07-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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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길 CJ건설 사장

 정부는 현재 300억원 이상인 최저가 낙찰 대상 공사를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건설업체와는 달리 중견ㆍ중소 건설사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생존권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입찰의 투명성 제고와 기업 간 경쟁 유도를 통한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낸 기업을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지난 1962년 미군 군정 및 일본 제정법 등의 영향을 받아 도입한 이래 폐지와 도입이 반복되어진 이 제도는 지난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 중에 있다.

 최저가 입찰제는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오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대비책 없이 최저가 입찰 대상공사를 확대할 경우, 현재 80~87% 선에 분포되어 있는 적격 심사대상 공사의 낙찰률이 60~70%대로 떨어져 적자 시공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상생이나 동반성장을 외쳐도 저가로 수주한 원청사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여러 협력사를 대상으로 수차례의 반복 입찰을 통해 저가 하도급을 유도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 공사비가 확보돼야 하는데, 단가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하도급사도 살리고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저가 낙찰범위 및 대상범위 심의 방식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1989년 건설업 면허가 개방될 때 470여개에 불과하던 종합건설사가 지금은 1만2000개가 넘었다. 국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건설공사 물량은 그에 비례해 증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저가로라도 수주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저가 심사가 중요한데 건설사가 제대로 견적만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저가 심의를 내실화해야 한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저가사유서를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수조사를 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며, 따라서 저가 수주공사의 경우 공사비 절감 사유서에 기재된 이유만이라도 정확히 체크해 저가로 수주하면 낭패를 본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 주는 것도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된 지 오래되었고 또 확대 시행이 미리 예고되었는데도 대비하지 못했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최저가낙찰제 시행 초기나 지금이나 건설사들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최저가낙찰제가 본래의 목표에서 벗어나 가격경쟁으로 퇴색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또 설계서 상의 오류를 수정하는 발주처의 역할까지 떠안은 건설사가 오히려 저가로 수주한다는 것이 문제다. 최저가낙찰제는 선진국에서도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1990년대부터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만약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 최저가 대상공사를 확대한다면 100억~300억원 공사는 일부 대형 건설사가 독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소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의 현실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차등화된 심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단순 기술이 적용된 공사는 가격을, 초고층이나 원자력발전소 공사 같은 고급 기술이 적용된 공사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심의하는 방식이나, 가격과 기술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종합평가 방식의 최고가치 낙찰제 도입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최저가낙찰제는 상당기간 시행해 봤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앞서 현행 제도에 대한 최종적인 효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도 있다. 이 제도는 하도급자나 자재ㆍ장비 산업 등 전ㆍ후방 연관 산업의 경영 수지를 악화시키고, 건설 근로자의 안전 재해와 건설공사의 부실 및 고용창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좀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설 경기의 침체와 공공공사 축소, 해외 건설시장의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건설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건설사의 공공공사 의존도를 낯추고, 주택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사업 체계를 안정화하는 등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해외 진출 지역도 중동 위주에서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첨단 그린 도시,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 새로운 상품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사회 일각에는 ‘건설’이라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들이 남아 있고, 건설업계가 저가 수주, 불공정, 편법 거래 등 고질적인 관행으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 따라서 성실하게 시공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업계뿐 아니라 정부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기회를 창출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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