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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인대회보다도 못한 최저가낙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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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62회 작성일 11-08-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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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편집국 부국장ㆍ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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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지 공중파에서는 중계방송을 하지 않아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지난주 또 한 명의 미스코리아가 탄생했다. 그는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해 지성과 미모를 전 세계에 뽐내게 된다.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같은 미인대회를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점찍은 미인이 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언짢아한다. 실제로 입상자 면면을 보면 개성이 강한 미인들보다는 크게 모난 구석이 없는 미인들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빼어난 미인을 선택하기보다는 다른 심사위원이나 대중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주식을 고르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최고라고 생각할 주식을 골라야 좋은 수익률을 내는 이치와 같다.

 또 하나,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게 미스코리아의 전부여서 미모만을 주로 평가잣대로 삼지만 이들은 대회 이전에 1개월 이상 합숙을 통해 각종 테스트를 거친다. 입상자는 대회 이전에 이미 결정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지성미는 합숙기간 중에 심사위원과 동료들로부터 수많은 평가를 통해 드러난다. 어느 해인가 미모만으로 뽑힌 미스코리아가 예능프로에 나와 주제와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해 뒷공론을 낳기도 했다. 언론들은 ‘백치미’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이 사람은 무식하다’고 온 세상에 떠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마 그 이후부터 미인대회에서 재원들이 뽑히지 않았나 싶다.

 

 미인대회도 이처럼 지성을 중요한 평가 요소는 삼는데, 우리나라의 최저가낙찰제도는 가격만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인대회와 견주면 미모만을 보겠다는 것과 같다. 지성(기술)은 필요 없고 내 얼굴이 더 예쁘니까 뽑아 달라는 식이다. 주최 측은 기껏해야 ‘당신 얼굴이 왜 예쁜지 사유서를 써내라’는 선에서 심사를 마친다. 대회 입상자가 사유서를 적당히 써도 웬만해서는 확인도 없이 그냥 넘어간다. 그러면서 대회 후에 지성을 갖추도록 온갖 요구를 한다. 우리나라의 최저가낙찰제도의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런 최저가낙찰제도에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국회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나라당 현기환ㆍ홍일표 의원이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과 같이 300억원으로 유지하고,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백성운 의원은 금액에 관계없이 최저가낙찰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최고가치낙찰제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촉구 결의안’의 본회의 처리를 주도한 장광근 국토해양위원장은 “최저가낙찰제 대상 확대는 시행 전에 법으로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도 확대 철회에 적극 동조하고 있어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어떠한 식으로든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개입을 부른 것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국회가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촉구 결의안’을 의결해 정부에 보냈지만 재정부는 보름 후인 7월15일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민하는 척도 하지 않았다. 국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가 이같이 대놓고 무시해서도 안된다. 국회가 비록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그래도 민의의 대변자이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이들이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앞으로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 성실히 임하는 수밖에 없다. 미인대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최저가낙찰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가를 확대해 부실공사가 발생해도 ‘백치미’ 운운하며 둘러댈지 재정부에 묻고 싶은 심정이다.  

서태원기자 tae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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