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턴키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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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65회 작성일 11-09-08 09:22본문
김진숙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
방패연을 형상화한 상암 월드컵경기장, 1주탑 현수교 단등교, 곡선 사장교 세풍대교.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턴키로 발주된 시설이라는 것이다.
‘턴키제도’로 알려진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는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975년 도입됐다. 일괄입찰방식은 2010년 공공공사 수주금액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발주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로 굵직한 사업들이 일괄입찰공사로 결정되기 때문에 턴키사업 하나하나가 건설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만큼 턴키제도는 건설 산업 전체에 수주금액 비중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일괄입찰제도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발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건설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업체의 해외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밑받침이 됐다.
그러나 올해로 도입 37년째를 맞고 있는 일괄입찰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설계 심의의 투명성ㆍ공정성에 대한 불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턴키제도를 정비해 왔고 2009년에는 ‘건설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나 아직까지 공정성 시비가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고 있다.
또한 높은 입찰비용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으며 경쟁을 지나치게 과열시켜 공정성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업체 간 담합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실제로 많은 턴키 입찰에서 가격 순위 1, 2위 업체 간 가격 차이가 너무 작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턴키 제도의 부작용은 불필요한 사업이 턴키 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대형 업체의 사업 참여를 바라는 발주기관과 턴키 사업 수주가 수익성이 있다고 보는 업체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턴키 발주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면서 턴키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난이도 복합공사에 대한 발주소요나 이 제도가 기술발전 등 건설 산업에 기여한 부분,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제도는 유지하되 이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먼저 입찰참여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시 기본설계에 대한 평가가 원칙임에도 실제 제출 서류는 실시설계 수준으로 하고 있어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상세설계를 조장하는 평가지표를 정비하고 기초조사 자료를 발주기관이 입찰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의의 공정성에 잡음이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이 개선된 턴키 제도에 대해 올해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제도 개선 이전보다 오히려 공정성ㆍ투명성이 악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기법이 각 발주기관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하고, 심사위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위원 풀(pool) 공동 활용과 위원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제도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여기에 각 기관 스스로 심의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무분별한 턴키 발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신기술ㆍ신공법 적용 공사는 기술제안 입찰을 적극 활용하고 랜드마크 시설에는 설계공모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입찰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턴키와 같은 사업효과를 얻으면서 턴키 제도가 가지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담합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주요 건설사 중 공정한 가격경쟁을 하기로 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반길 만하다. 그러나 기술 중심 입찰 취지가 무색하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나는 40%에 가까운 저가낙찰 사례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공정하면서도 적정한 입찰가격을 형성하는 턴키 제도 정착이 앞으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업체의 자정 노력을 통해 이루어야 할 숙제라 하겠다.
지난 2007년 9월 있었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호텔 시공업체 선정 사례를 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홍콩의 건설사와 우리 건설사가 경쟁 중이었는데 금액이나 싱가포르 정부와의 관계 측면에서 우리 업체가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기술력만으로 이를 극복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국내에서 똑같은 입찰이 진행됐더라면 과연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그 기자는 수주 업체 관계자의 말을 통해 국내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질문에 대해 당연히 싱가포르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턴키 제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방패연을 형상화한 상암 월드컵경기장, 1주탑 현수교 단등교, 곡선 사장교 세풍대교. 새로운 설계가 적용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턴키로 발주된 시설이라는 것이다.
‘턴키제도’로 알려진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는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1975년 도입됐다. 일괄입찰방식은 2010년 공공공사 수주금액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발주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주로 굵직한 사업들이 일괄입찰공사로 결정되기 때문에 턴키사업 하나하나가 건설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만큼 턴키제도는 건설 산업 전체에 수주금액 비중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일괄입찰제도는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발전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건설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업체의 해외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밑받침이 됐다.
그러나 올해로 도입 37년째를 맞고 있는 일괄입찰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설계 심의의 투명성ㆍ공정성에 대한 불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턴키제도를 정비해 왔고 2009년에는 ‘건설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나 아직까지 공정성 시비가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고 있다.
또한 높은 입찰비용은 진입장벽이 되고 있으며 경쟁을 지나치게 과열시켜 공정성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업체 간 담합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실제로 많은 턴키 입찰에서 가격 순위 1, 2위 업체 간 가격 차이가 너무 작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턴키 제도의 부작용은 불필요한 사업이 턴키 방식으로 발주되면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대형 업체의 사업 참여를 바라는 발주기관과 턴키 사업 수주가 수익성이 있다고 보는 업체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턴키 발주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되면서 턴키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난이도 복합공사에 대한 발주소요나 이 제도가 기술발전 등 건설 산업에 기여한 부분,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제도는 유지하되 이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먼저 입찰참여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시 기본설계에 대한 평가가 원칙임에도 실제 제출 서류는 실시설계 수준으로 하고 있어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상세설계를 조장하는 평가지표를 정비하고 기초조사 자료를 발주기관이 입찰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의의 공정성에 잡음이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이 개선된 턴키 제도에 대해 올해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제도 개선 이전보다 오히려 공정성ㆍ투명성이 악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기법이 각 발주기관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하고, 심사위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위원 풀(pool) 공동 활용과 위원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제도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여기에 각 기관 스스로 심의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무분별한 턴키 발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신기술ㆍ신공법 적용 공사는 기술제안 입찰을 적극 활용하고 랜드마크 시설에는 설계공모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입찰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턴키와 같은 사업효과를 얻으면서 턴키 제도가 가지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담합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주요 건설사 중 공정한 가격경쟁을 하기로 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반길 만하다. 그러나 기술 중심 입찰 취지가 무색하게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나는 40%에 가까운 저가낙찰 사례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공정하면서도 적정한 입찰가격을 형성하는 턴키 제도 정착이 앞으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업체의 자정 노력을 통해 이루어야 할 숙제라 하겠다.
지난 2007년 9월 있었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호텔 시공업체 선정 사례를 기사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홍콩의 건설사와 우리 건설사가 경쟁 중이었는데 금액이나 싱가포르 정부와의 관계 측면에서 우리 업체가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기술력만으로 이를 극복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국내에서 똑같은 입찰이 진행됐더라면 과연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그 기자는 수주 업체 관계자의 말을 통해 국내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질문에 대해 당연히 싱가포르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턴키 제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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