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저가를 경쟁력으로 보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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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95회 작성일 11-10-04 09:19본문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가격을 경쟁력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상당한 착각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품질과 성능, 그리고 신뢰성 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에르메스 가방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애용하는 시장표 가방은 10만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표 가방이 에르메스 가방보다 100배 이상 경쟁력이 높다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가격은 품질과 성능,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지켜지는 안전성은 물론 주문자의 눈높이에 얼마만큼 잘 맞춰 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가격만을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은 개인의 비약적 주관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 대상을 100억원 이상까지 확대하려는 데 대해 국회와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유보를 외치는 데 비해 주관부처는 강행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산업계와 국회가 최저가낙찰제 유보를 주장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안전사고 빈발, 기능인력 투입 감소, 저임금 근로자 고용 등 결과적으로 품질저하와 함께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수익의 크기 문제보다 근로자와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의 문제로 본다. 이에 반해 정부는 예정가의 80% 이하에서도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주장하는 관계부처는 최저가를 이겨 내기 위해서 본사 및 현장의 관리비와 이윤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공사원가의 28%를 차지하는 노무비는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원가의 또 다른 부분인 자재비는 완성 상품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 내외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본사와 현장관리비, 이윤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경제 논리로 보면 가격을 낮추고자 하면 비중이 큰 쪽부터 삭감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자재비와 기계경비, 품질과 안전관리비 등은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문은 노무비와 관리비에 불과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에 있는데 이윤은 물론 모든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 경제와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다.
공공공사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 정부가 보는 2010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정부는 예산서상의 금액을 공사 물량으로 보지만 산업계는 수주금액을 시장규모로 보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발주예정가인 500억원을 공사금액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은 낙찰률이 70%인 경우 350억원을 수주금액, 즉 공사금액으로 보는 것이다. 낙찰차액인 150억원은 정부 계정으로 환수되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난다.
100억원 이상으로 최저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산업계가 수주량이 7106억원 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예정가격 기준이 아닌 낙찰가격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정가격을 수주물량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낙찰방식에 따라 수주량이 줄어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정부가 최저가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미국 등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스탠더드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를 보기보다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 등 어느 나라도 공사 금액 기준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없다.
더구나 최저가격을 낙찰자 선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도 선진국의 공통된 입찰방식이다.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피해를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선진국 건설 발주제도의 본질이다. 유럽연합국들이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한 것도 예상되는 피해로 국민과 산업계가 입을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의 경우 공공공사 낙찰에서 가격을 중요시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금액기준이 아닌 공사의 성격과 기술수준을 고려해 결정한다. 더구나 가격 심의 이전에 기술력과 경영상태 등을 엄격히 따진다. 따라서 한 건당 평균 입찰자 수가 7곳 미만이다. 공사 1건의 입찰에 240개 업체가 몰린 책임을 시장에 돌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입찰제도의 변별력 상실이 어떻게 산업체의 몫인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주자의 기능과 역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62년 이후 현재까지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는 8회 이상 반복됐다. 항상 부작용이 따랐기 때문이다. 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스탠더드라면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에서 최저가낙찰제를 법으로 강제했을 것이다. 선진국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됐거나 극히 선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공공공사 입ㆍ낙찰제도가 23회나 변경됐다는 사실은 국내 공공공사 입ㆍ낙찰제도가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경쟁력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상당한 착각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품질과 성능, 그리고 신뢰성 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에르메스 가방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애용하는 시장표 가방은 10만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시장표 가방이 에르메스 가방보다 100배 이상 경쟁력이 높다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가격은 품질과 성능,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지켜지는 안전성은 물론 주문자의 눈높이에 얼마만큼 잘 맞춰 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가격만을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은 개인의 비약적 주관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 대상을 100억원 이상까지 확대하려는 데 대해 국회와 산업계가 한목소리로 유보를 외치는 데 비해 주관부처는 강행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산업계와 국회가 최저가낙찰제 유보를 주장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안전사고 빈발, 기능인력 투입 감소, 저임금 근로자 고용 등 결과적으로 품질저하와 함께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수익의 크기 문제보다 근로자와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의 문제로 본다. 이에 반해 정부는 예정가의 80% 이하에서도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주장하는 관계부처는 최저가를 이겨 내기 위해서 본사 및 현장의 관리비와 이윤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공사원가의 28%를 차지하는 노무비는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원가의 또 다른 부분인 자재비는 완성 상품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 내외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본사와 현장관리비, 이윤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이다.
경제 논리로 보면 가격을 낮추고자 하면 비중이 큰 쪽부터 삭감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자재비와 기계경비, 품질과 안전관리비 등은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문은 노무비와 관리비에 불과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에 있는데 이윤은 물론 모든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 경제와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다.
공공공사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 정부가 보는 2010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정부는 예산서상의 금액을 공사 물량으로 보지만 산업계는 수주금액을 시장규모로 보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발주예정가인 500억원을 공사금액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은 낙찰률이 70%인 경우 350억원을 수주금액, 즉 공사금액으로 보는 것이다. 낙찰차액인 150억원은 정부 계정으로 환수되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가 난다.
100억원 이상으로 최저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산업계가 수주량이 7106억원 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예정가격 기준이 아닌 낙찰가격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정가격을 수주물량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낙찰방식에 따라 수주량이 줄어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정부가 최저가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미국 등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스탠더드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를 보기보다 주장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부각시킨 측면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 등 어느 나라도 공사 금액 기준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없다.
더구나 최저가격을 낙찰자 선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도 선진국의 공통된 입찰방식이다.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피해를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선진국 건설 발주제도의 본질이다. 유럽연합국들이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한 것도 예상되는 피해로 국민과 산업계가 입을 손실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의 경우 공공공사 낙찰에서 가격을 중요시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금액기준이 아닌 공사의 성격과 기술수준을 고려해 결정한다. 더구나 가격 심의 이전에 기술력과 경영상태 등을 엄격히 따진다. 따라서 한 건당 평균 입찰자 수가 7곳 미만이다. 공사 1건의 입찰에 240개 업체가 몰린 책임을 시장에 돌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입찰제도의 변별력 상실이 어떻게 산업체의 몫인지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발주자의 기능과 역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62년 이후 현재까지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는 8회 이상 반복됐다. 항상 부작용이 따랐기 때문이다. 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스탠더드라면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에서 최저가낙찰제를 법으로 강제했을 것이다. 선진국 공공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됐거나 극히 선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공공공사 입ㆍ낙찰제도가 23회나 변경됐다는 사실은 국내 공공공사 입ㆍ낙찰제도가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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