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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설사업 효율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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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94회 작성일 11-11-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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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사업 전반의 31개 개선과제 제시

  #1. 4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한 용인 경전철은 완공 후 8개월이 지났지만 운행도 못한 채 철로가 녹슬고 있다. 수요예측을 잘못해 14만명으로 예상한 이용객이 3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운영수입 부족분을 보전해야 할 용인시로선 운행할 경우 연간 550억원의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 국내 최장의 보행자 전용다리인 양산시의 천상구름다리는 작년 6월 86억원을 들여 개통했지만 인근에 다른 교량이 있는 데다 도시철도 연장선이 다리 위를 지나가도록 설계함으로써 당장 철거해야 할 처지다. 기존 시설물, 주변 시설계획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사업을 강행한 탓이다.

 #3.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로 인해 KTX 창원 구간에는 창원중앙역, 창원역, 마산역 등 역사만 3개다. 수요예측 오류로 1개 역사는 건립한 지 5개월만에 증축을 해야 했던 반면 역간 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나머지 2개 역사는 적은 이용객이 분산되면서 운영 적자, 즉 국민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목한 비효율적 공공 건설사업의 대표 사례들이다.

 정치권, 지자체가 임기 중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타당성이 결여된 전시성 건설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한 데다 정부나 발주기관 역시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부분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도 정부나 발주자들은 현 공공 건설사업의 추진 과정이나 결과가 여전히 효율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건산연이 발주기관, 건설업계, 대학, 연구원 198곳을 대상으로 설문해 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발주기관의 50%가 국내 공공 건설사업 추진 과정을 효율적(매우 효율적 26.3% 포함)이라고 답했다. 반면 비효율적이란 답변은 38.0%에 그쳤고 22.0%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발주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응답자들의 53.8%는 비효율적(매우 비효율적 42.5%)이라고 인식했다. 효율적이란 응답은 27.6%에 머물렀다.

 장철기 건산연 연구위원은 “비효율적 건설사업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발주자의 절반이 현 사업추진 과정을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 건설사업의 비효율 요인을 개선하는 데 그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의 국회 예산 심의 때 사업 끼워넣기 관행이나 지자체의 무분별한 신규 사업 강행에 있고 정부나 발주기관이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는 점이다. 제로 섬 개념의 예산편성 구조상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을 끼워넣으면 다른 시급한 사업의 예산은 깎이고 결국 양쪽에서 동시에 비효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건산연은 사업구상 및 결정, 예산편성 및 집행, 보상, 조달(발주 및 입낙찰), 설계 및 엔지니어링, 사업관리, 성과 평가 및 관리, 건설문화와 관행 등 8개 부문에 걸쳐 31개의 비효율 유발요인을 지목했다. 수백 가지의 요인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들만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31개 요인별로 현 수준과 영향 정도에 대해 설문한 결과,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는 사업 결정 과정의 외부 간섭이 꼽혔다.

 이어 건설 관행 및 문화, 안정적 재원 확보, 보상ㆍ갈등 및 분쟁 조정, 예산 배분 및 집행, 성과관리 체계, 설계ㆍ엔지니어링 수행 여건 등이 꼽혔다.

 특히 건설 관행 및 문화가 우선순위 2위에 오른 부분은 건설산업계 역시 공공 건설사업 비효율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장 위원은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일하는 지, 아니면 이런 후진적 관행과 문화를 이용해 사익만 챙기려 하는 지 건설참여 주체들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SOC 예산감축 등의 건설사업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는 정부와 산업계가 이런 비효율 요인들에 주목하고 개혁 노력에 힘을 합친다면 건설산업의 모든 주체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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