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영원한 '갑' 공공기관-공생은 없다(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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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0회 작성일 11-10-18 09:13본문
남발되는 부당조례, 조건들
# 경기 하남 소재의 A건설사는 올초 성남시에서 발주한 보육시설 신축공사 착공을 앞두고 수년간 함께 일한 협력업체에 결별을 통보했다. 대신 성남 소재의 전문업체들을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했다. 효율적인 공사수행을 위해선 기존 업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백번 낫지만 계약조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완공했지만 새로운 협력사와 소통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서울 강북 소재의 B건설사는 지난 4월 동대문구에서 발주한 이문2동 청사 리모델링 건축공사의 입찰을 노렸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 주계약자공동도급 방식으로 발주된 공사에서 공동으로 입찰에 참가할 전문업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물량이 급증하면서 전문업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허탈해했다.
공사발주와 관련해 지자체들의 부당한 조례ㆍ조건 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계약의 공정성 측면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남시의 공사계약 특수조건과 주계약자공동도급을 담은 서울시의 공정하도급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이다.
성남시 거주민만 근로자인가
성남시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1억원 이상 공사시 지역거주민을 기능공 포함 50% 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사계약 특수조건으로 명문화했다.
특수조건에 따르면 착공신고서 제출시 50% 이상 고용계약서를 포함해야 하며, 공사기간 중에도 매월 고용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불이행시 불이익 조항도 있다. 1차 위반시 서면경고를 하지만 2차부터는 50% 고용에 미달하는 인부 노임의 10~30%를 손해배상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결국 지역거주민을 50% 이상 고용을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특수조건은 표면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다. 시는 “지난 8월까지 120개 대상 사업장에서 9만5000여명의 지역거주민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이는 당초 목표치인 8만8000여명을 초과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A건설사는 공사기간 내내 새로운 협력사와의 잦은 의견충돌로 애를 먹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합의점을 찾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됐다”고 말했다. 손발이 맞지 않는 파트너 영입으로 공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C건설사 관계자는 기능공 수급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바닥공사를 하는데 성남시거주 미장공이 부족했다. 결국 다른 공정을 먼저 돌리고 며칠 뒤 겨우 인력을 확보하고 나서야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성 위반에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조건을 이행할 수 없는 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꼴이 된다”면서 “팀별 일용근로자 등의 상호협력 관계로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근로자 선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직접적인 영업간섭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도 특수조건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있는 눈치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수조건은 계약의 동등함이라는 큰 원칙에 위배되서는 안된다”면서 “지역거주민 50% 이상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다분해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대 1의 ‘짝짓기’
주계약자공동도급이란 종합건설업자와 전문건설업자가 공동수급체를 형성해 발주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종합건설업자가 주계약자가 돼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저가하도급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2009년 시범시행을 거쳐 지난해부터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발주공사에 대해 전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마다 무분별한 주계약자공동도급 발주로 인해 상생협력이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경쟁관계를 유발하고, 원하도급간 장기적 협력관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발주 사례를 보면 정도가 심하다. 앞서 언급한 이문2동 청사 리모델링 건축공사의 경우 입찰요건에 맞는 건축공사업자(주계약자)는 886개사인 반면, 강구조물공사업자(부계약자)는 166개사에 불과했다. 공동수급체 구성시 부계약자 중복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1대 1 매칭을 한다하더라도 나머지 720개의 건축공사업자는 아예 입찰을 참가자격이 없어진다.
B건설 관계자는 “추정가격 5억4800만원짜리 공사에서 부계약자에 해당하는 금액은 4100만원 정도였다. 부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5억원짜리 공사를 놓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와 업종별 전문건설업체의 수를 사전에 비교 검토해 공동수급체 구성이 원활할 경우에만 주계약자공동도급제로 발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5월 서울메트로에서 발주한 한양대역 역사환경 개선공사(추정가 48억7000만원)에서도 입찰요건에 맞는 주계약자(43억원)와 부계약자(5억원)는 각각 403개사와 91개사로 크게 차이가 났다.
주계약자공동도급은 현재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유일이 있는 제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계약자공동도급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전제한 뒤, “정상적인 경쟁을 유도하려면 주ㆍ부계약자를 종합과 전문으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종합업체간 공동도급도 허용하는 등 공동수급체 구성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회훈기자 hoony@
# 서울 강북 소재의 B건설사는 지난 4월 동대문구에서 발주한 이문2동 청사 리모델링 건축공사의 입찰을 노렸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 주계약자공동도급 방식으로 발주된 공사에서 공동으로 입찰에 참가할 전문업체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물량이 급증하면서 전문업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허탈해했다.
공사발주와 관련해 지자체들의 부당한 조례ㆍ조건 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계약의 공정성 측면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남시의 공사계약 특수조건과 주계약자공동도급을 담은 서울시의 공정하도급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이다.
성남시 거주민만 근로자인가
성남시는 지난해 10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1억원 이상 공사시 지역거주민을 기능공 포함 50% 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공사계약 특수조건으로 명문화했다.
특수조건에 따르면 착공신고서 제출시 50% 이상 고용계약서를 포함해야 하며, 공사기간 중에도 매월 고용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불이행시 불이익 조항도 있다. 1차 위반시 서면경고를 하지만 2차부터는 50% 고용에 미달하는 인부 노임의 10~30%를 손해배상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결국 지역거주민을 50% 이상 고용을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해당 특수조건은 표면적으로 잘 이행되고 있다. 시는 “지난 8월까지 120개 대상 사업장에서 9만5000여명의 지역거주민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이는 당초 목표치인 8만8000여명을 초과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A건설사는 공사기간 내내 새로운 협력사와의 잦은 의견충돌로 애를 먹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 합의점을 찾는데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됐다”고 말했다. 손발이 맞지 않는 파트너 영입으로 공사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C건설사 관계자는 기능공 수급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바닥공사를 하는데 성남시거주 미장공이 부족했다. 결국 다른 공정을 먼저 돌리고 며칠 뒤 겨우 인력을 확보하고 나서야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성 위반에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조건을 이행할 수 없는 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을 박탈당하는 꼴이 된다”면서 “팀별 일용근로자 등의 상호협력 관계로 공사가 진행되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근로자 선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직접적인 영업간섭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정부도 특수조건의 부당함을 인식하고 있는 눈치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수조건은 계약의 동등함이라는 큰 원칙에 위배되서는 안된다”면서 “지역거주민 50% 이상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다분해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대 1의 ‘짝짓기’
주계약자공동도급이란 종합건설업자와 전문건설업자가 공동수급체를 형성해 발주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종합건설업자가 주계약자가 돼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저가하도급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2009년 시범시행을 거쳐 지난해부터 2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발주공사에 대해 전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마다 무분별한 주계약자공동도급 발주로 인해 상생협력이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경쟁관계를 유발하고, 원하도급간 장기적 협력관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의 발주 사례를 보면 정도가 심하다. 앞서 언급한 이문2동 청사 리모델링 건축공사의 경우 입찰요건에 맞는 건축공사업자(주계약자)는 886개사인 반면, 강구조물공사업자(부계약자)는 166개사에 불과했다. 공동수급체 구성시 부계약자 중복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1대 1 매칭을 한다하더라도 나머지 720개의 건축공사업자는 아예 입찰을 참가자격이 없어진다.
B건설 관계자는 “추정가격 5억4800만원짜리 공사에서 부계약자에 해당하는 금액은 4100만원 정도였다. 부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5억원짜리 공사를 놓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행안부 지침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와 업종별 전문건설업체의 수를 사전에 비교 검토해 공동수급체 구성이 원활할 경우에만 주계약자공동도급제로 발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5월 서울메트로에서 발주한 한양대역 역사환경 개선공사(추정가 48억7000만원)에서도 입찰요건에 맞는 주계약자(43억원)와 부계약자(5억원)는 각각 403개사와 91개사로 크게 차이가 났다.
주계약자공동도급은 현재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유일이 있는 제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주계약자공동도급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전제한 뒤, “정상적인 경쟁을 유도하려면 주ㆍ부계약자를 종합과 전문으로만 나눌 것이 아니라 종합업체간 공동도급도 허용하는 등 공동수급체 구성을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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