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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최저가제 구조적 문제가 허위서류 제출사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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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1-11-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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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입찰제도 공정성 훼손 및 부조리 초래 지적

  지난 6월 서류제출 간소화됐지만…“로비 있어야” 공공연한 비밀

 감사원은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조달청 등 주요 발주기관을 대상으로 최저가공사의 공사비 절감사유 적정성을 심사하는 2단계 저가심의 제도의 운용 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조달청, LH, 도공, 한전 등에서 발주한 77건의 공사 가운데 44.7%인 34건에서 세금계산서와 시공실적증명서 등의 절감사유서 위ㆍ변조 사례가 확인됐다며 해당 발주기관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100여개 중ㆍ대형 건설사들이 무더기 제재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발주기관들은 감사원의 지시에 따라 2단계 저가심의 제도 도입 이후인 2006년 5월부터 발주된 최저가공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조달청 85개사, LH 42개사, 도공 16개사, 한전 1개사 등을 허위 증명서 제출 업체로 적발하고 해당 업체들로부터 소명을 받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무더기 제재 위기에 처한 것은 건설업이 체계를 갖춘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런 일이 왜 벌어졌을까.

공교롭게도 건설사들이 무더기 제재위기에 처하는 단초를 마련한 감사원이 답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작년 11월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획재정부는 현행 저가심의제도가 불합리한 절감사유 인정기준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저가낙찰 방지 및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입찰제도의 공정성 훼손 및 부조리를 초래하고 있는 데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여기에 발주기관에서 최저가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입찰자들이 제출하는 절감사유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거나 진위 확인이 불가능한 절감사유를 인정한 채 저가심의를 운영해 입찰자 대부분이 서류를 위ㆍ변조해 제출하는 것이 관행화돼 최저가제도가 입찰제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발주기관에서는 공사금액 절감사유서를 심의하면서 주관성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심의기준과 방법으로 심의를 하거나 심의를 소홀히 함에 따라 부적격 업체가 낙찰되거나 심의와 관련한 부조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입찰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었다고 질타했다.

 감사원의 발표는 최저가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건설사들의 허위서류 제출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건설사들이 무더기 제재 위기에 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달청 등 발주기관은 이러한 지적에 따라 올 6월부터 저가심의에 있어 세금계산서와 시공확인서 제출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최저가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는 건설사는 거의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최저가공사에 물량내역수정입찰제가 도입됐는데 물량내역심사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수긍을 못하고 있다”며 “발주기관에서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심사를 한다고 하는데 탈락사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낙찰사를 선정한 한 대형공사의 2단계 저가심사에서 덤프트럭의 평균속도를 시속 60㎞로 산정한 것이 화근이 돼 탈락했다”며 “발주기관에서는 시속 40㎞가 적정속도라고 탈락사유를 밝혀놓고 다른 공구의 심사에서는 시속 70㎞로 산정한 업체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가 너무 자의적이다보니 업체들 사이에서는 로비가 있어야만이 최저가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요즈음 웬만한 건설사에는 발주기관 등의  퇴직공무원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최저가공사의 저가심사에서 발주기관의 권한이 커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최저가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발주기관에 대한 로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내년부터 최저가제 대상공사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것에 대형사들까지 나서 반대하고 있는 것도 최저가제가 안고 있는 문제 때문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최저가제가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더라도 대형사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대형사들까지 나서 최저가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최저가제를 경험하면서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최저가제는 도입취지인 건설사들의 경쟁력 제고에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로비와 비리를 조장하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권혁용기자 hy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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