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정당업자 제도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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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74회 작성일 11-10-20 09:22본문
김태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최근 한 건설단체가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헌법상 기본원칙인 무죄추정, 일사부재리, 시효원칙에 위배된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에 제출한 바 있다. 그만큼 공공조달계약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폐단에 대한 개선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건의서가 밝히고 있는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문제점을 보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있어 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발주기관인 중앙관서의 장이 제재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안 다음 언제까지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제재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언제까지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행 규정대로라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각 호의 제재사유가 발생한 날 또는 제재사유를 안 날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5년이 경과한 후 제재사유에 해당함을 알고 부정당업자 제재를 한 사건에서 그 제재 권한이 실권되지 않는다고 본 법원의 판례도 있다.
발주기관이 제재사유 해당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제재조치를 하지 않거나 제재사유 발생 후 수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한없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업체의 경영상 지위에 대한 불안감과 장애를 발생하게 할 뿐 아니라 법률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적 안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체제재가 존재하지 않는 처분의 경직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실무적으로 조달업체가 한정돼 있는 산업분야에서 경쟁력 높은 업체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경우, 수급에 차질을 야기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할 수 있으며, 다수의 협력업체가 연관돼 있는 건설사업의 경우 주계약업체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으로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업체의 신인도 하락이라는 간접효과를 고려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자본시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영업정지, 과징금, 시정명령과 같이 위법성의 정도 및 행위 유형에 따라 다양한 제재수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품목의 공공조달업체 현황, 계약이행 상황, 산업정책적 고려, 행위의 위법성 정도 등을 고려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부적절한 경우 다른 대체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계약상 의무에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제재사유의 광범위성과 추상적인 개념의 사용, 지방계약법과 관련해 가중·감경기준의 상이한 적용 등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제도는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다.
제도의 개선을 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0년7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사용인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 계약업체 또는 입찰참가자가 그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 제재대상에서 제외하는 책임주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또 2010년 12월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해 계약금액 또는 추정가격의 100분의10 또는 100분의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올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과징금의 대체부과 사유를 대폭 제한하는 동시에 소급적용은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과징금 대체부과 신청 권한을 발주기관인 중앙관서의 장에게만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업체의 실효적인 구제와 규제의 탄력성 확보라는 효과는 상당부분 반감시킨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개정안이 여전히 표류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지방계약법 개정안의 처리와 맞물려 법안 논의가 유보되고 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 정국과 맞물려 18대 국회 회기종료로 인한 개정안의 자동폐기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하는 금전적 제재가 업체의 재무상황에 따라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행위제한이 부적절한 예외적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운영하고, 과징금 부과 시에도 위반의 정도, 업체의 재무상황, 공익상의 이해 등을 고려해 부과액을 차등 적용하는 기준을 마련한다면 정부 역시 산업정책적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저해한 자에 대해 책임을 부과하는 대인적 행정처분인 이면에, 기업의 경영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초석으로, 그리고 처분의 경직성을 극복해 나가는 장치로서 이번 과징금 제도 도입의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 건설단체가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헌법상 기본원칙인 무죄추정, 일사부재리, 시효원칙에 위배된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에 제출한 바 있다. 그만큼 공공조달계약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폐단에 대한 개선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건의서가 밝히고 있는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문제점을 보충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있어 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발주기관인 중앙관서의 장이 제재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안 다음 언제까지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가 또는 제재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언제까지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행 규정대로라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각 호의 제재사유가 발생한 날 또는 제재사유를 안 날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5년이 경과한 후 제재사유에 해당함을 알고 부정당업자 제재를 한 사건에서 그 제재 권한이 실권되지 않는다고 본 법원의 판례도 있다.
발주기관이 제재사유 해당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제재조치를 하지 않거나 제재사유 발생 후 수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제한없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업체의 경영상 지위에 대한 불안감과 장애를 발생하게 할 뿐 아니라 법률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법적 안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체제재가 존재하지 않는 처분의 경직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실무적으로 조달업체가 한정돼 있는 산업분야에서 경쟁력 높은 업체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을 경우, 수급에 차질을 야기해 오히려 경쟁을 제한할 수 있으며, 다수의 협력업체가 연관돼 있는 건설사업의 경우 주계약업체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으로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우려마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업체의 신인도 하락이라는 간접효과를 고려하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자본시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영업정지, 과징금, 시정명령과 같이 위법성의 정도 및 행위 유형에 따라 다양한 제재수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품목의 공공조달업체 현황, 계약이행 상황, 산업정책적 고려, 행위의 위법성 정도 등을 고려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부적절한 경우 다른 대체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계약상 의무에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제재사유의 광범위성과 추상적인 개념의 사용, 지방계약법과 관련해 가중·감경기준의 상이한 적용 등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제도는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다.
제도의 개선을 위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0년7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사용인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 계약업체 또는 입찰참가자가 그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 제재대상에서 제외하는 책임주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또 2010년 12월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해 계약금액 또는 추정가격의 100분의10 또는 100분의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올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과징금의 대체부과 사유를 대폭 제한하는 동시에 소급적용은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과징금 대체부과 신청 권한을 발주기관인 중앙관서의 장에게만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업체의 실효적인 구제와 규제의 탄력성 확보라는 효과는 상당부분 반감시킨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개정안이 여전히 표류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지방계약법 개정안의 처리와 맞물려 법안 논의가 유보되고 있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 정국과 맞물려 18대 국회 회기종료로 인한 개정안의 자동폐기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입찰참가자격 제한에 갈음하는 금전적 제재가 업체의 재무상황에 따라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행위제한이 부적절한 예외적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운영하고, 과징금 부과 시에도 위반의 정도, 업체의 재무상황, 공익상의 이해 등을 고려해 부과액을 차등 적용하는 기준을 마련한다면 정부 역시 산업정책적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저해한 자에 대해 책임을 부과하는 대인적 행정처분인 이면에, 기업의 경영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행 부정당업자 제재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초석으로, 그리고 처분의 경직성을 극복해 나가는 장치로서 이번 과징금 제도 도입의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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