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Focus

[공공발주 AI시대 개막] ① 공공건설 '영업수주' 저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10-14 09:30

본문

조달청·철도공단·LH, 시스템 가동
예가 산출·공사비 심사 등 자동화
데이터로 기술력·공기 '투명 평가'


202510081144531420108-2-623507.png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이재명 정부의 AI 혁신 드라이브가 공공건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발주의 문지기가 되면서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 무너질 조짐이다. 조달청과 국가철도공단 등 주요 발주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입찰 평가부터 공사비 심사까지 AI를 전면 도입하면서, 인맥과 영업력에 의존하던 건설사들의 기존 수주 방식은 저물기 시작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2026년 3월까지 ‘AI기반 기초금액 작성 지원시스템’을 완성해 전국 발주기관에 확대 적용한다. 이 시스템은 과거 수만 건의 입찰 데이터를 학습해 공사별 적정 예정가격을 자동 산출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AI가 제시한 적정 범위를 크게 벗어난 입찰가는 자동으로 재검토 대상”이라며 “과도한 저가 입찰이나 부풀린 고가 입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철도공단도 ‘AI 기술평가 지원시스템’을 도입해 제안서 평가의 공정성을 높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단 관계자는 “평가위원 개인의 주관이나 전문성 편차가 사라지고, 객관적 데이터 기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가 입찰 평가의 표준이 됐다. 영국을 철도공사 발주에서 AI 기업 nPlan의 솔루션을 적용해 4개 건설사의 입찰서류를 평가함으로써 최대 3000만 파운드(약 500억원)를 절감했다.

미국 연방정부도 AI 시스템으로 건설 조달계약 업무를 자동화했고, 여기에 실시간 감사 추적기능까지 달았다.

AI 발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투명성 강화다. 과거 발주기관 담당자와의 관계나 영업력이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오직 데이터로 입증되는 기술력만이 평가받는다.

한 대형 건설사 입찰 담당 임원은 “AI는 제안서의 기술력과 실현 가능성, 공정계획의 합리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한다”며 “과장된 기술 설명이나 근거 없는 공기단축 계획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AI가 과거 우리 회사의 모든 입찰 내역과 시공 실적을 알고 있다”며 “입찰 때 약속한 것과 실제 시공 결과가 다르면 다음 입찰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영업 조직 중심에서 기술 역량 강화로 조직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AI가 원가를 분석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우리의 강점을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입찰 제안서 작성 방식부터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담합이나 부정행위 적발이 훨씬 쉬워진 만큼, 건설사 스스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