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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정임금제, 취지는 좋지만 적정 공사비 확보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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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7회 작성일 25-09-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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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설 근로자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적정임금제’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비와 겹쳐 ‘적정 공사비’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국내 건설업은 저가 투찰과 다단계 하도급으로 적정 공사비 확보에 실패하면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관행을 이어왔다. 그 결과 숙련공은 일자리를 떠나고 청년층은 진입을 기피하면서 인력난이 심화한 게 현실이다.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현장 인력의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정임금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적정 공사비 확보 없이 근로자 임금만 끌어올리는 방식은 뿌리내리기 어렵다.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현실을 뒤집고, 미숙련공에게도 획일적으로 적정임금을 지급토록 한다면 노무비 부담 증가로 업계의 거부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발주 단계에서 적정 공사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원청은 하도급 단가를 깎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고, 그 부담은 현장으로 내려가 노무비를 위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안전비와 경합이 이뤄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현장 안전과 공사 품질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가격 비중이 높아 사실상 저가 투찰을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는 종합심사낙찰제와 예산 절감을 우선시하는 발주자 인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불법적인 하도급 관행도 시정돼야 한다. 발주단계에서 적정 임금이 책정되더라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계속된다면, 중간에서 인건비 누수가 일어나 근로자 몫은 줄어든다. 임금이 근로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지급 시스템도 검토할 만하다.

적정임금제는 건설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건설산업의 안정을 지키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적정 공사비 확보 없이 임금만 높이는 제도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을 정부는 간과해선 안된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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