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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 분리…SOC 예산, 민자정책, 계약제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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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9-0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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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이재명 정부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과 정책 기능을 분리하기로 했다. 권한 분산이라는 정책 기조에 따라 기존의 ‘공룡조직’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고, 장기 경제기획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조직개편으로 SOC(사회기반시설) 예산과 민간투자사업, 국가계약제도의 정합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현재의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인 기획예산처로, 나머지 경제 정책·세제·국고·금융 정책은 재정경제부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조직개편안이 확정되면서 일각에선 SOC 예산과 민자정책, 국가계약제도가 서로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기재부의 조직 형태에선 SOC 예산 편성과 발맞춰 민자시장의 관리와 공공 공사의 공사비 증액 등을 함께 논의해왔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SOC 예산은 기획예산처로, 민자사업 심사와 추진ㆍ관리, 공공 공사ㆍ물품ㆍ용역 등 국가계약과 관련한 제도ㆍ분쟁은 각각 재경부 재정관리국과 국고국으로 분리된다.

이 경우 SOC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재정건전성과 물가안정 기조 속에서 SOC 예산을 ‘완만한 증액’으로 설계했다. 실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27조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7.9% 늘어나지만, 2027년(28조6000억원ㆍ4.1%), 2028년(29조7000억원ㆍ3.8%), 2029년(30조1000억원ㆍ1.6%)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1%대까지 내려간다. 연평균 증가율은 4.3%로 내다봤다.

결국 SOC 사업 예산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도망·도로망 확대는 예비타당성조사, 총사업비, 설계·보상, 착공까지 전 단계가 맞물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산·정책이 한 지붕 아래에서 보폭을 맞췄지만, 창구가 갈라지면 한쪽은 재정여력을 내세워 속도를 늦추고, 다른 쪽은 정책효과 극대화를 이유로 사양과 범위를 키우려는 엇박자가 불가피하다.

민자정책과 예산의 괴리도 커질 소지가 크다. 금리 고착과 공사비 상승으로 BTO(수익형)ㆍBTL(임대형)ㆍBTO-a(손익공유형) 등 대부분 방식의 수익성 확보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에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물가특례 등이 없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의 경우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물가특례를 적용받지 못해 첫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예산과 기획 업무가 분리된다면 정책 부문이 유인책을 설계해도 예산 부문이 형평성과 재정여력을 이유로 특례·보조의 범위를 좁히면 민자시장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민간제안이 뚝 끊기게 되고, 실시협약의 예측가능성이 흔들리면 자금조달 금리는 오르고, 민간사업자는 착공을 미루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국가계약제도는 더욱 민감하다. 공공 공사의 최우선 과제는 적정공사비 확보다. 기획부터 공사비 조달, 공사기간 설정, 시공자 선정(입찰ㆍ낙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 오랜기간 유지된 대형공사 등 계약제도 개편도 당면한 숙제다.

그러나 예산 트랙이 분리되면 총사업비 증액이나 설계변경으로 인한 증가 요인이 ‘정책적 타당성’보다 ‘재정 제약’의 잣대로만 해석될 위험이 커진다. 이 경우 유찰과 재공고가 반복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업계에서는 부처간 분리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국무조정실 주도로 ‘SOC 협의체’와 같은 조직 운영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타와 총사업비, 계약 및 조달, 준공까지 예산배분 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민자사업 활성화와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현 기자 ljh@〈ⓒ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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