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매출 3% 과징금… ‘건안법’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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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5-09-04 09:15본문
한해 이익 과징금 내면 사실상 퇴출
중대재해법과 이중처벌도 논란
공통안전시설물 시공사 설치 강제
“기업 무너뜨리는 과도한 처벌 우려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이달 정기국회 심사 테이블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이 오를 예정인 가운데 곳곳에 박혀 있는 불합리한 조항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단 한 번의 사고로 기업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매출액 3% 과징금,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 처벌, 시공사의 과도한 의무와 책임 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건안법 제정안은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법안소위 등을 거치며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위는 건안법 검토보고서에서 국내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은 지난해 기준 1.57‱ 으로, 전체 산업 평균(0.39‱ ) 의 약 4배에 달하는 등 건설안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건안법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져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건안법의 최대 독소조항은 사망사고 발생시 부과될 수 있는 ‘매출액 비례 과징금’이다. 건안법 제35조는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를 갈음해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종합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98%, 전문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83% 수준인데, 한 해 영업이익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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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한 해 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내라는 것은 사실상 기업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이 아닌 ‘해당 공사의 도급금액’으로 하고, 상한액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처법과의 이중처벌 문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 단체들은 건안법이 기존 법령과 중복·경합되는 규정을 포함해 과잉 규제 및 중복 처벌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미 중처법에 따라 사고 발생시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건안법은 유사한 의무 위반에 대해 영업정지, 과징금, 벌금 등을 추가로 부과해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시공사의 의무를 과도하게 규정한 조항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건안법 제15조는 안전난간, 추락방호망 등 공통 안전시설물을 시공사가 직접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종합적인 계획·관리를 하는 시공사가 전문성이 없는 시설물을 직접 설치할 경우, 오히려 설치 미숙으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가 하수급인 등에게 적정 비용을 지급하고,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하수급인과의 관계에서 시공사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불합리한 규정으로 꼽힌다. 건안법 제16조는 하수급인이 공사기간이나 비용이 부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시공사에 공기 연장이나 비용 증액을 요청할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정작 시공사가 발주자에게 동일한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은 건안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공기와 비용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시공사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선의의 기업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과도한 처벌 조항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며 “현실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법안이 되도록 국회 심사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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