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불확실성에 갇힌 건설산업 (1) 대형사 10곳 中 1곳도 내년 사업계획 수립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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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12-11 09:32본문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 10곳 중 1곳도 아직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수장변경, 조직개편, 인사이동 등이 겹친 데다 내년 국내ㆍ외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프라ㆍ민간ㆍ해외 등 사업부문에서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여부 등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형사 10곳 중 6곳이 수장 교체
10일 <대한경제>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대 건설사의 기획부서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곳 중 단 1곳도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사업계획 혹은 경영계획은 그해 기업 살림살이를 위한 로드맵을 의미한다. 전사적인 경영기조를 토대로, 각 사업부문 수주전략 및 수주목표액 등을 총괄한다.
올 시평액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주택부문의 수주목표액을 올해(3조4000억원) 대비 소폭 늘려잡았다. 오세철 대표이사의 지휘 아래 광나루현대 리모델링, 한남4구역 재개발, 여의도대교ㆍ신반포4차 재건축 등 수주에 나선다. 정확한 수주목표액은 내년 초 마련될 경영계획에서 확정된다.
건설산업 맞형인 현대건설은 최근 ‘주택통’인 이한우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이번주까지 내부 업무보고를 진행 중이다. 이후 임원인사를 하고 사업계획도 확정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재무통’인 주우정 대표이사, 정경구 대표이사 등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했다.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을 거쳐 내년 초 사업계획을 내놓는다.
대우건설은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중심으로 내년 초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해외 사업장이 많은 만큼,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해외 정부 및 발주기관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주택사업본부장이었던 박상신 대표이사가 올 8월 새로 취임한 후, 내년 주택사업 강화를 골자로 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건설사 출신이 DL이앤씨 대표가 된 것은 지난 2021년 대림산업 분사 후 처음이다.
수장 교체 없이 허윤홍 대표이사 체제를 이어가는 GS건설은 이달 초 의사결정 구조의 명확화와 본부장 중심의 사업 추진을 위해 조직을‘본부-부문-팀’ 3단계로 효율화했다. 현재 부문별 내부 워크숍과 사업계획 마련을 진행 중이다. 내년 설 후 최종 사업계획이 마련된다.
포스코이앤씨는 각 사업본부별로 경영진 및 이사회 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 중순께 사업계획이 마련될 전망이지만, 이달 말께 예정된 포스코그룹의 인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만약 전중선 대표이사가 교체된다면 사업계획 역시 늦춰질 수 있다.
롯데건설은 연임이 확정된 박현철 대표이사 체제 아래, 건설경기 돌파구 마련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경영 안정화 조치를 담은 사업계획을 내년 초 내놓는다. SK에코플랜트는 그룹사의 운영 효율성 기조에 맞춰 최근 임원ㆍ직원감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계획은 내년 3월에 확정한다.
/정치 리스크에 사업계획 늦어져
이처럼 사업계획 수립이 밀리는 것은 대형사 10곳의 대표이사 중 6명이 바뀌는 등 수장교체에다 인사이동, 조직개편 등 내부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건축ㆍ인프라ㆍ플랜트 등 각 사업부문별 검토해야 할 리스크도 늘었다. 주택사업을 포함한 건축부문은 금리인하, 대출규제, 부동산 정책변화가 대표적이다. 인프라부문은 내년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확보에 달렸다. 플랜트부문은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해외발주처 동태 등을 살펴야 한다.
올해엔 정치 리스크가 특히 늘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서 국제정세 급변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로 인한 탄핵여부가 대한민국 정치ㆍ사회의 압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탄핵국면으로 인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계획도 전면 재조정에 들어가 예년 대비 1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윤 정부가 마련했던 부동산ㆍ건설정책은 방향타를 잃을 수밖에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이런 불확실한 시장에선 기업은 더욱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며 “돌다리도 두드릴 수 있을 만큼 두드릴 정도의 신중한 기조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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