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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역차별’ 논란] (2) 평균낙찰률에 18% 손실...가격산출도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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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4-11-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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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등 굵직한 사업 포함
올 단독응찰 따른 수의전환 17건
박한 공사비 탓 유찰인데도 삭감
물가변동 반영 시작점도 '괴리'

경쟁입찰 보정률 6.4%보다 커
수의계약이 손해 '역차별'발생
조달청, 가격협상 기준도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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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글로벌 원자재 수급 대란의 여파로 2021년만 해도 38%에 불과했던 기술형입찰 유찰률은 2022~2023년 사이 68.8%까지 치솟았다. 이들 대부분이 장기간 유찰을 반복하다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올해도 공사비 증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계약 전환이 17건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꼽히는 추정금액 10조53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다.

그 외 서울시의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공사’와 올해 건축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최대어로 꼽힌 ‘킨텍스 제3전시장(추정금액 6168억원)’ 등 주요 기술형입찰이 모두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며 최근 수의시담을 개시했다.

애초 수의계약 전환을 염두에 두고 단독 응찰에 뛰어든 건설사들은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덜고, 안정적으로 수주한다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전략 수주 계획을 세웠다. 주택경기 침체로 물량 가뭄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주 곳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계약 협상을 진행하자 수의계약의 제도적 한계가 하나씩 드러나며 경쟁입찰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현재 수의시담 중인 A사는 “통상적인 기술형입찰 낙찰률은 99%대인데,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 종합심사 및 종합평가낙찰제의 평균 낙찰률을 적용해 최소 12%의 손해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실시설계가 끝난 후 역산 방식으로 품셈을 적용해 손해분을 일정 부분 메꾸는 방식을 택하는데, 물가보정 기산일이 경쟁입찰보다 1년 이상 늦다 보니 삭감한 부분을 보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가보정 기산일’이란 기술형입찰 특성상 설계 기간 동안의 물가 변동분을 반영해주는 시작점을 의미한다. 현재 경쟁입찰은 물가보정 기산일이 기본설계가 끝난 ‘입찰일’이지만, 수의계약은 기본설계에 더해 설계심의(약 1개월), 실시설계(약 1년)까지 모두 끝난 후인 ‘계약체결일’이다. 애초에 공사비가 부족해 유찰된 사업인데, 경쟁입찰에 비해 1년 이상의 물가보정 공백이 발생하는 역차별을 주도록 제도가 설계된 결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지양하라는 의미에서 처음 제도를 설계할 때 수의계약 당사자에게 일정 부분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 특혜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설계한 것인데, 최근 글로벌 원자재 대란에 따른 공사비 폭등으로 수의계약이 이렇게 만연화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제도”라고 털어놓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2021년부터 3년간 경쟁입찰이 성립된 기술형입찰 40건을 분석한 결과, 입찰일에서 계약체결일까지는 평균 446일이 걸렸다. 해당 기간 동안의 평균 물가 보정률은 6.4%로, 수의계약이 강제하는 물가변동 기산일의 역차별적 요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B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는 것은 이미 유찰이 최소 3차례는 반복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특히 유찰에 따른 입찰행정에 추가로 약 5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건산연이 책정한 수치보다 물가 보정률이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평균 낙찰률과 물가 보정률을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약 18% 이상의 손해를 안고 시작하는데, 가격 협상을 개시하면 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수의계약 관련 규정은 조달청 자체 지침으로만 규정되어 있는데, 조달청이 가격 협상방식에 대해 비공개를 고수하며 ‘깜깜이’ 수의계약이란 비판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조달청은 “가격 산정 방식을 공개했을 때, 국회 개입 여지가 커진다”는 입장인데,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계약 당사자에게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산출한 최소 협상 가격인지 제시하지 않는 것은 수의계약 ‘갑질 행정’의 대표적 사례란 지적이다.

C사 관계자는 “최근 기술형입찰 유찰이 늘어 조달청으로 넘어오는 수의계약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관련 규정 정비 등의 대비는 전혀 하지 않고 수의계약 체결만 독려하는 상태”라며, “조달청의 수의계약 부관을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수준으로 상향하고, 조달청 고시로 운영 중인 지자체의 입찰 및 특수조건 규정은 행정안전부 예규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D사 관계자는 “현재 수의시담 중인데 불합리하게 진행되고 있어 계약 포기도 검토하고 있다”며, “설계 보상비만 받고 도중에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인데, 이런 선택을 하는 건설사들이 늘면 국책사업 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 기관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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