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주로 칼럼] 요란한 날씨, 넉넉한 공기(工期)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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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4-07-25 08:43본문
날씨가 요란하다. 6월 중순 폭염이 시작되더니, 이달 들어선 폭우가 가세했다. 푹푹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다가, 예측하기 힘든 순간에 기습적으로 거쎈 비가 내리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폭염과 폭우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우ㆍ양산이 인기라는 뉴스도 나온다.
건설현장에서 여름은 가장 골칫거리 계절이다. 건설현장 작업이 대부분 옥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날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폭염에는 온열질환 예방이 가장 큰 숙제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 ‘물ㆍ그늘ㆍ휴식’을 전제로 그늘막 설치, 아이스 조끼 공급, 휴게시설 운영 등은 필수가 됐다.
폭우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최근의 폭우는 예측이 어려워 대비가 쉽지 않고, 붕괴ㆍ누전에 의한 감전 등 숱한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지반 내부로 빗물이 침투하면 지반의 전단강도(외력에 의해 파괴되는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흙막이 등 지지 구조물이 붕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콘크리트 타설ㆍ양생ㆍ건조 공정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요란한 날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깊다는 게 과학계의 전언이다. 각종 건축물에서 화력연료를 사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폭염ㆍ폭우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은 단기적으로도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여름철 날씨는 더욱더 변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넉넉한 공기(工期) 산정이 답이라고 얘기한다. 여름철 폭염, 폭우가 이어지고 겨울철 폭설, 혹한이 진행되면 건설현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작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사고라도 나면 안전보건관리자, 최고경영자 등에 대한 처벌이 이어지는 탓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최근 국내 건설현장에서만 20년을 넘게 일한 안전관리자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폭염에는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고, 폭우에는 옥외 대신 옥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 한다”며 “결국은 건설현장별로 공기를 넉넉하게 책정해 주는 게 답”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공공 발주기관이나 민간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넉넉한 공기란 결국 공기를 늘려야 한다는 의미고, 이는 곧 공사비 증액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자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지난해에는 건설노조 불법행위로 인해 건설현장이 셧다운되면서, 이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은 공기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건설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폭우, 폭염 등 기후변화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공기 산정은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석한 기자 jobize@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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