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처벌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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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7회 작성일 11-12-02 10:04본문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건설 분야는 이와 반대로 처벌 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일례로 최근 60여개 대형 건설사가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아 3∼9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이 금지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최저가낙찰제 저가심사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건설사들로서는 반성의 여지가 높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90% 이상이 연루되었다는 점, 그리고 처벌을 피한 업체에서는 낙찰 확률이 없어 굳이 허위서류를 제출할 이유가 없었다고 고백한 점을 보면, 보다 근본적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저가입찰 증빙서류 문제는 그동안 허위 가능성이 상존했다. 증빙에만 의존하다보니 시중의 철근가격이 톤당 80만원일지라도 40만원짜리 세금계산서 증빙을 내밀면 통과되는 구조였다. 또, 덤핑 입찰로 판정받은 공종은 과거 사례를 찾아내 시공실적확인서를 떼어 와야 했다. 그런데 종전 발주자는 업체의 실행단가를 알 수도 없고, 오랜 시간이 경과돼 확인서 발급을 기피하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절감한 경험은 있는데, 단지 발주자가 확인을 기피해 입찰에서 탈락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건설사의 행위가 옹호될 수는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처벌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첫째, 그동안 저가심사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세금계산서와 시공실적확인서 제출 제도가 폐지됐다. 이는 이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며, 허위 서류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판례를 보면, 관련 법령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폐지된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판시법주의(裁判時法主義)’에 의거해 변경된 법령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허위서류를 유발했던 제도가 폐지된 상태에서 건설업체를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둘째, 임직원이 개인적 판단으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경우, 회사가 책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 원칙을 보면, 사용자는 피용자의 선임 및 그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 면책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위법 행위에 비해 장기간 입찰참가제한 조치 등은 매우 과도한 처벌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중앙조달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조달 아래에서는 부정당업자 제재 시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되므로 기업으로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외국 사례를 보면, 부정행위와 연관된 해당 발주자로부터만 불이익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의 수요기관에서 조달청에 입찰 대행을 요청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해당 수요기관 입찰에서만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
담합 사례도 과잉 처벌이 많다. 우리나라 제도를 보면, 담합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발주기관은 ‘국가계약법’에 의거해 이들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게 되어 있다. 이 경우 담합을 주도한 업체는 원칙적으로 2년, 가담업체는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상당히 가혹한 처벌이며, 중복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연방조달규정(FAR :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이나 유럽연합(EU) 공공조달지침(Directive 2004/18/EC) 등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입찰ㆍ계약과 관련된 담합이나 서류 위법행위를 중심으로 부정당업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부실공사를 유발했거나 계약 불이행 시, 대표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등에 대해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찰 시 허위서류 등은 근본적으로 발주자 측에서 걸러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입찰자의 부정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과잉 처벌이나 중복 처벌은 지나친 면이 있다. 만약, 허위서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한편, 부정당업자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대외 신인도가 악화되면서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된다. 외국 경쟁회사에서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경쟁자인 한국 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처벌받았다는 호재를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
또, 민간건설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태에서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될 경우, 해당 업체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수천개에 달하는 하도급 협력업체도 연쇄 도산의 우려가 있다. 부정당업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건설 분야는 이와 반대로 처벌 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같다. 일례로 최근 60여개 대형 건설사가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아 3∼9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이 금지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최저가낙찰제 저가심사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건설사들로서는 반성의 여지가 높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90% 이상이 연루되었다는 점, 그리고 처벌을 피한 업체에서는 낙찰 확률이 없어 굳이 허위서류를 제출할 이유가 없었다고 고백한 점을 보면, 보다 근본적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저가입찰 증빙서류 문제는 그동안 허위 가능성이 상존했다. 증빙에만 의존하다보니 시중의 철근가격이 톤당 80만원일지라도 40만원짜리 세금계산서 증빙을 내밀면 통과되는 구조였다. 또, 덤핑 입찰로 판정받은 공종은 과거 사례를 찾아내 시공실적확인서를 떼어 와야 했다. 그런데 종전 발주자는 업체의 실행단가를 알 수도 없고, 오랜 시간이 경과돼 확인서 발급을 기피하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절감한 경험은 있는데, 단지 발주자가 확인을 기피해 입찰에서 탈락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건설사의 행위가 옹호될 수는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처벌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첫째, 그동안 저가심사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세금계산서와 시공실적확인서 제출 제도가 폐지됐다. 이는 이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며, 허위 서류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판례를 보면, 관련 법령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폐지된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판시법주의(裁判時法主義)’에 의거해 변경된 법령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허위서류를 유발했던 제도가 폐지된 상태에서 건설업체를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둘째, 임직원이 개인적 판단으로 허위서류를 제출한 경우, 회사가 책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 원칙을 보면, 사용자는 피용자의 선임 및 그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경우 면책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셋째, 위법 행위에 비해 장기간 입찰참가제한 조치 등은 매우 과도한 처벌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중앙조달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조달 아래에서는 부정당업자 제재 시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되므로 기업으로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외국 사례를 보면, 부정행위와 연관된 해당 발주자로부터만 불이익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의 수요기관에서 조달청에 입찰 대행을 요청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해당 수요기관 입찰에서만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
담합 사례도 과잉 처벌이 많다. 우리나라 제도를 보면, 담합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발주기관은 ‘국가계약법’에 의거해 이들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게 되어 있다. 이 경우 담합을 주도한 업체는 원칙적으로 2년, 가담업체는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상당히 가혹한 처벌이며, 중복 처벌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연방조달규정(FAR :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이나 유럽연합(EU) 공공조달지침(Directive 2004/18/EC) 등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같이 입찰ㆍ계약과 관련된 담합이나 서류 위법행위를 중심으로 부정당업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부실공사를 유발했거나 계약 불이행 시, 대표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등에 대해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찰 시 허위서류 등은 근본적으로 발주자 측에서 걸러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입찰자의 부정당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과잉 처벌이나 중복 처벌은 지나친 면이 있다. 만약, 허위서류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한편, 부정당업자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대외 신인도가 악화되면서 해외공사 수주에도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된다. 외국 경쟁회사에서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경쟁자인 한국 업체가 부정당업자로 처벌받았다는 호재를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
또, 민간건설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태에서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될 경우, 해당 업체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수천개에 달하는 하도급 협력업체도 연쇄 도산의 우려가 있다. 부정당업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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