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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최저가낙찰제는 착한 정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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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45회 작성일 11-10-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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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마케팅전략에서 시작된 착한 가격 신드롬이 여전하다. 신드롬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인데 착한 가격 신드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착한 가게, 착한 금리, 착한 고기처럼 착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경쟁상품보다 싸다는 것을 내세우기에 착한 가격만큼 좋은 표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싸다는 말의 의미가 이처럼 착한으로 통한다면 건설산업계 최대 관심사인 최저가격 낙찰제도도 착한 정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듯싶다. 세금으로 지어지는 각종 공공시설을 반값에 해결해 주니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착해도 너무 착한 정책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하려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싼 가격이 반드시 착한 가격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싸게 재화를 얻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 착한 가격의 이면을 파헤친 책들이 잇따라 번역출간됐다. 찰스 피시먼의 <월마트 이펙트>와 고든 레어드가 지은 <가격 파괴의 저주>다. <월마트 이펙트>는 월마트가 상품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한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외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월마트가 끊임없이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는 삭감되고 공급업체들은 도산에 직면한다. 공급업체들은 보다 싸게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사회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한다.

 <가격 파괴의 저주>는 값싼 노동과 값싼 에너지, 값싼 물류 덕분에 값싼 가격이 가능한 것으로 설명한다. 값싼 가격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마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가격에 포함돼야 할 비용을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과 우리 다음 세대에 전가시킨 결과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들 책이 말하는 착한 가격은 단순히 자본의 이윤경쟁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결과이며, 착한 가격이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또한 착한 가격이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고 금융 세계화를 확산시켜 세계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저가격 낙찰제도에 의한 시공사 선정방식도 월마트의 상품납품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저가심의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낮은 가격을 쓴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이윤은 고사하고 각종 경비를 최소화해 가격을 써낸다.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은 하도급 업체에 전가되고 나아가 하도급 업체 예하의 시공팀들로 파급된다. 종국에는 건설사들의 파산과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진다. 또한 현장의 안전관리나 환경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남는다. 겉으로는 정부가 세금을 아껴 쓰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최저가낙찰제가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원입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된다. 정부가 이 제도의 확대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국회가 확대를 막기 위한 의원입법안을 낸 형국이다. 의원입법안은 국회 상임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된다. 찰스 피시먼이 <월마트 이펙트>에서 월마트의 착한 가격을 나쁜 가격으로 규명했듯이 우리 국회도 최저가격 낙찰제도에 포장된 착한 정책의 가면을 벗겨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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