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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최저가낙찰제 확대 왜 우려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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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2회 작성일 11-09-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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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수주는 곧 부실시공 '악순환 늪' 예산 아끼려다 대재앙 초래할 수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부산항 크레인 전복과 대구지하철 방화, 2007년 경부고속철도 경주~울산 간 제12-1공구 노반시설공사장 붕괴….

 적잖은 인명피해로 당시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렸던 대형사고들로, 이들 사고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최저가로 낙찰돼 시공된 공사라는 점이다.

 최저가낙찰제란 해당 공사 입찰에서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낸 업체가 낙찰되는 제도다. 그러나 기술력이나 시공능력보다는 말 그대로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업체들로서는 ‘덤핑수주’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업체들이 덤핑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는 △당장의 물량확보가 시급한 실정에서 덤핑이 아니면 수주가 안 되고 △부족한 공사실적과 연간 수주 목표를 채우기 위해 저가투찰이 불가피하며 △공사가 없어 직원이나 기술자, 장비를 놀리느니 현장 원가에 근접하면 손해가 나더라도 수주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성수대교 붕괴(낙찰률 66.6%) 이후 10년 이상 지난 경부고속철도 공사의 낙찰률이 63.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가낙찰제 아래에서 업체들의 덤핑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러한 덤핑수주가 결과적으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고 공사의 품질에 영향을 미쳐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최적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 시행할 경우 악순환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를 고수·확대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절감에 있다. 입찰시점에서 볼 때는 예산절감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건축물의 생애주기 측면에서 따져보면 부실시공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예산낭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 프로젝트는 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폐기 등 생애주기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며, 전체 비용이 100이라 할 경우 계획에서 시공까지의 비용은 14~25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최저가낙찰제를 앞다퉈 폐기한 이유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특정 금액 기준으로 특정한 입·낙찰 방식을 강제하는 것보다 발주자의 판단하에 프로젝트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기술과 가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 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 아니라 0.01%의 사고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히 폐기하는 것도 제도를 만드는 공직자의 역할일 것이다.

정회훈기자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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