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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사 계약제도 새롭게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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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878회 작성일 11-12-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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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100억원 이상 공사로의 확대 시기를 2013년까지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최저가낙찰제는 2001년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이래 2003년 500억원 이상, 2006년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됐다. 2008년 15조2000억원, 2009년 22조3000억원이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돼 공공공사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등 공공부문 낙찰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반면 최저가낙찰제 도입 후 논란과 문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저가낙찰과 부실시공이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다.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기보다 저가투찰 등으로 수주물량 확보에 목을 매는 기업문화를 조장한 점이 꼽힌다. 2010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서는 최저가낙찰 공사 입찰자들의 허위서류 제출과 발주자들의 진위 여부 확인 소홀 등에 주목하면서 저가심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가낙찰제는 저가 수주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경영난 가중, 산업재해 증가, 부실시공 및 내국인 고용감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저가낙찰은 건설산업의 상생기반마저 와해시키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위해 저가낙찰을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도급업체는 물론 기계·장비·자재업체와 건설근로자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 최저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저가낙찰제의 도입 취지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와 이행보증을 통해 소수업체를 걸러낸 후 기술력이 반영된 가격으로 경쟁해 낙찰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기술력이 반영된 가격이 아니라 수주를 위한 가격에 맞춰 응찰했고 이는 저가낙찰로 이어졌다.

 무리한 덤핑낙찰로 인한 건설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 확대는 건설산업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100억~300억원 공사 구간의 최저가 적용이 경쟁을 가열시켜 저가낙찰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감사원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도 최저가 입찰의 평균 참여업체 수가 69곳에 달한다. 특히 100억~300억원 구간의 공사에 대한 입찰참여사는 더 많아 경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들은 낮은 낙찰률로 인해 저가로 하도급하게 되고, 이는 자재·기계·장비업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현재와 같이 공사 규모별로 입·낙찰방식을 정하는 획일적 발주방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외국의 경우 특정금액 기준으로 특정한 입·낙찰 방식을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발주자의 판단 아래 프로젝트 유형이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입·낙찰 방식을 선별해 활용한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는 최저가를 적용했지만 1994년 FASA(Federal Acquisition Streamlining Act) 제정 후 최고가치제로 전환해 운용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최고가치낙찰제를 운영하며 연방정부가 더 적극적이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건설 재인식 운동을 계기로 입·낙찰제 혁신이 진행됐다. 중앙정부에서는 비용 대비 가치 극대화 방식을 지향해 2000년 아예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했다. 지방정부도 강제경쟁 입찰제도인 CCT를 폐지하고 최고가치입찰제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명경쟁과 최저가방식이 주류였지만 2005년 ‘공공공사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종합평가 낙찰방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종합평가 낙찰방식에서는 예정가격 제한범위 안에서 입찰참가자들의 가격, 기술, 성능 등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주자에게 가장 유리한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며 최고가치제와 매우 비슷하다.

 아무튼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예는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저가 낙찰제는 시행 중이고 저가낙찰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을 기회로 건설산업의 입찰·계약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다 합리적 발주, 입찰, 계약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오랫동안 정부 발주 및 입찰계약제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관계에 얽매인 건설산업계의 복잡한 구조와 정부의 대증적 정책결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공공공사 발주 및 입찰계약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먼저, 현재 시행 중인 관련 제도의 실태를 광범위하게 파악해 발주 및 입찰계약시스템을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 후 외국의 다양한 발주체계와 입찰계약 제도를 분석해 우리 실정에 맞는 새 발주시스템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산업계의 유연한 자세와 정부 당국자들의 적극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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