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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기자수첩>“우리회사는 좀 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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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9회 작성일 11-10-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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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B사, C사, D사.

 건설사들이 발주기관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탐사기획-영원한 ‘갑’ 공공기관…공생은 없다’를 연재하면서 사례로 언급된 건설사들 모두 A, B, C, D로 표기했다. 이는 해당업체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나마 실명을 가리고 사례가 보도되는 것을 허락한 건설사는 나은 편이다. 아예 사례 자체를 기사화하지 말아달라는 건설사가 더 많았다.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해 실시설계를 거쳐 착공을 위한 현장사무소까지 개설했다가 발주기관 사정으로 현장을 철수해야 했던 건설사 관계자는 “고발자의 말로가 좋은 것을 보지 못했다” 는 말과 함께 “제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발주기관 사정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됐는데도 이에따른 간접비 증가분을 보전받지 못한 건설사는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기사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저가격 낙찰제 공사를 입찰참가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투찰했는데도 운이 좋게 앞선 업체들이 저가심의에서 줄줄이 탈락하면서 낙찰예정사가 된 건설사는 발주기관이 낙찰률이 너무 높다며 낙찰사 선정을 미루고 있는 억울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꺼려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이 기사화되는 것에 미온적인 것은 그만큼 발주기관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주기관들은 현장관리를 통해 건설사들을 옥죌수 있고 심지어는 이런 저런 꼬투리를 달아 특정업체가 낙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자연히 건설사들은 발주기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발주기관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달리 보면 건설사들의 이러한 행동이 발주기관을 영원한 ‘갑’으로 만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일을 부당하게 처리해도 상대방이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 자신이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고 시정이 되지 않을때는 부당성을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 한 건설사가 대항하면 불이익을 받겠지만 모든 건설사가 부당한 일에 맞서면 발주기관도 어찌할 수 없지 않겠는가.

 지난 18일 국토해양부와 LH 등 4대 공기업, 건설업계 등이 참여하는 건설산업 공생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지금까지의 공생발전 정책에서는 공공 발주기관이 빠진 채 원도급자의 공정거래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발주기관의 우월직 지위 개선, 발주자에 대한 건설공사 클레임 제도 도입 등 발주기관과 원도급자 관계의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한다고 한다. ‘탐사기획-영원한 ‘갑’ 공공기관…공생은 없다’와 같은 기사가 나오지 않는 건설시장을 기대한다.

정회훈기자 hoony@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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