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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실적공사비단가 적용 이대로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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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31회 작성일 11-12-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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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수주 영업팀으로부터 “사장님! 낙찰 한건 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으면 수주 기쁨도 잠시, ‘이번 공사는 설계가 정상적으로 돼 있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스트레스에 빠진다. 이전에 모 기관의 공사를 수주해 철근 콘크리트 공종부터 일을 시키다 결국 손해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회사 모두가 느끼는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바로 실적공사비 단가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국가 계약법 시행령 제9조 예정가격 결정기준이 개정되면서 실적공사비 단가제도가 도입됐다. 실적공사비 단가는 잘 알다시피 이미 수행한 계약 단가를 토대로 축적한 자료를 가지고 설계단가에 반영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될 당시 많은 사람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설계단가가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특히 최저가 공사가 일반화되는 시점에서 최저가 공사를 수행한 계약 단가도 추출하기로 돼 있기에 더욱 우려가 컸다.

 도입 7년이 지난 2011년의 현실은 어떠할까. 모든 공종의 실태가 비슷하지만 철근 콘크리트 공종 가운데 하나만을 살펴보자. 2011년 현재 전문 건설업체가 하도급을 받아 시공하는 거푸집 제작 설치 공사의 경우(보통마감) 설계가가 ㎡당 1만9000~2만1500원 정도 된다. 그러나 국토부의 실적단가 표에 의하면 현재 설계가는 1만7870원이다. 물론 이 단가는 설계 단가이지 낙찰률을 고려한 계약 단가가 아니다. 낙찰률까지 고려하면 하도급 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는 1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실적공사비 단가를 적용해 설계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를 제외한 국가 기관과 교육청 등은 예산절감의 이유를 들어 공사규모와 상관없이 실적공사비 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건설업체들이 공공공사를 수주하고도 적자시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정부 예산을 아껴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아끼는 것과 부당하게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 없는 사업에 정성을 바칠 경제 주체는 아무도 없다. 빈발하는 산재사고와 공공 시설물의 부실 문제는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만명이 건설산업에 직ㆍ간접적으로 고용돼 있다. 1만개가 넘는 중소종합건설사와 수만개의 전문건설사, 감리, 장비기사 건설자재생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실적공사비 단가를 정하는 정부 기관은 200만 건설인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하종곤 예서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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