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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도미노처럼 번진 입찰서류 조작-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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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94회 작성일 11-11-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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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기관 확인시스템 부재…조작해야 수주하는 관행 탓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의 입찰서류 조작은 정부가 지난 2006년 5월 건설산업 선진화 및 저가 낙찰 방지 등을 위해 ‘2단계 저가심의’ 제도를 도입한 이후 도미노처럼 건설업계에 확산됐다.

 이는 현실적으로 입찰자가 제출한 공사비 절감 사유서에 대한 진위 및 적정성 확인이 어렵고 낙찰자들이 절감 사유서와 다른 방법과 내용으로 시공해도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시간, 인력 및 자료 조사의 한계로 인해 공사비 절감 증빙서류로 인정받는 시공실적확인서 및 전자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에 대한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시인했다.

 또 현장 이행 가능성이 낮은 ‘장비조합 변경’, 장비 투입 등에 따른 ‘작업효율 향상’, 소요자재 등의 ‘자재 저가 구매’ 등의 원가 절감 사유 인정기준과 시공실적확인서 등의 증빙서류를 통해 입찰자 간 기술력 차이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세부공종의 항목 각각에 대한 가격 절감 사유와 시공실적확인서 및 작업일보, 세금계산서 등의 증빙서류, 단가산출서 등을 포함한 공사비 절감 사유서는 5개 부적정 공종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500∼1000쪽에 달할 정도로 그 분량이 방대하다.

 심사위원회가 이를 참고자료로 제공받아 짧은 시간(평균 5시간 내외) 동안 파악해 공사비 절감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더욱이 2단계 저가심의제도가 어느 정도 시행되면서 발주기관들은 1단계 저가심사를 통과하면 이미 적정 낙찰률이 형성됐다는 이유로 2단계 심사를 대거 생략했다.

 따라서 대부분 1단계 심사의 1순위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 저가심의제가 유명무실해졌고, 이때 2단계 심사에 필요한 서류에 허위서류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증빙서류를 위·변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한 건설사는 수주하고, 그렇지 않고 정직하게 사유서를 작성한 건설사는 수주를 못하는 상황이 연출됨에 따라 입찰자들이 무분별하게 입찰서류 조작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낙찰자들이 절감사유서와 다른 방법과 내용으로 시공해도 이에 대한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건설사들의 입찰서류 조작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공사비를 올려 받는 것도 아니고 낮추는 것이니 만큼 당시에는 서류를 조작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실적이 많지 않아 허위로 부풀릴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회사에서 실적과 관련해 충분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금 제재대상 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최저가공사를 수주하려면 경쟁사에 비해 어떤 식으로든 낮은 가격을 투찰해야 하는 구조가 이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며 “입찰서류를 위·변조해야만 수주를 할 수 있는데 수주 가능성이 없는 선량한 입찰서류를 누가 만들겠냐”고 반문했다.

채희찬기자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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