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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공책임형 CM 도입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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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57회 작성일 11-11-0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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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건설공사의 발주자가 설계ㆍ시공 서비스를 제공받아 시설물을 획득하는 방식은 환경과 기술 등에 따라 변화해왔다. 전통적으로 시설물의 기획 업무는 발주자(project owner)가, 설계는 설계자(architect/engineer)에게 위탁해 각각 수행하고 시공은 시공자(builder/constructor)에게 도급을 주어 시설물을 건설해왔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디자인-비드-빌드’(design-bid-build) 방식이 1960년대 중반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연 1% 정도이던 인플레이션이 1968년 4.2%, 1969년에는 5.5%를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발주자로 하여금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건설사업의 시행과 관리에 있어 새로운 해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했다. 이때는 또 건설 프로젝트가 대형화ㆍ복잡화되는 시기였다. 건설사업의 복잡화와 대형화는 공사비의 증가와 공사기간 지연을 초래하고, 발주자들은 이로 인한 공사비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시 공사 기간의 장기화는 발주자 예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므로 발주자는 공기 단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인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요구했다. 그리고 건설사업의 대형화ㆍ복잡화와 참여 주체의 다양화는 발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공사 관리를 요구했다. 따라서 건설사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주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것이 건설사업관리(Agency Construction Management)가 출현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패스트 트랙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설계자와 시공자의 협력관계가 필수적인데 전통적인 ‘디자인-비드-빌드’ 방식에서는 설계자와 시공자가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패스트 트랙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디자인-빌드’(design-build) 방식이 태동했다.  또한 Agency CM은 발주자에게 비용보다 더 많은 편익을 제공했지만 Agency CM의 잘못으로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표준적인 주의 의무’를 해태하지 않는 한 금전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발주자는 ‘시공전 서비스’(pre-construction services)도 제공받고 일정 금액 이하로 ‘컨스트럭션 매니저’(Construction Manager)에게 시설물을 건설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시공책임형건설사업관리(CM at-risk) 방식을 도입했다. CM at-risk 방식은 ‘컨스트럭션 매니저’가 ‘시공전 단계’(pre-construction phase)에서 ‘시공 전 서비스’를 발주자에게 제공하고 위험부담약정(at-risk agreement)에 따라 시공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발주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사업관리란 명칭으로 Agency CM 제도가 처음으로 법제화됐다. 2001년 건설기술관리법에서도 발주청이 대규모 복합 공종의 건설공사에 대해 건설사업관리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했고,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도 건설사업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했다.

 이후 2001년 5월 CM at-risk 방식을 시공책임형건설사업관리란 명칭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도입했고,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CM at-risk 방식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할 경우  CM at-risk 방식과 전통적인 설계ㆍ시공 분리 방식과의 차이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CM at-risk 방식이 선진화된 발주 방식이므로 도입해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돼서는 안 된다.

 CM at-risk 방식과 설계ㆍ시공 분리 방식의 차이점은 시공자가 시공 이외에 시공 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패스트 트랙이 가능한 발주 방식이라는 점뿐이다. 따라서 CM at-risk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는 발주자가 공사 기간을 단축할 필요성이 있고, 발주자가 시공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미국 주정부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로 엄격하게 제한해 CM at-risk를 허용하고 있다. 교육구(school district)가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서 이를 허용하고 있는 캔자스주의 경우 첫째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단축해 공공의 이익에 부합될 가능성이 있느냐, 둘째 최종사용자의 필요성에 의해 설계과정과 시공과정을 중첩할 수 있느냐, 셋째 비상상황에서 야기된 것을 회복하기 위해 일정을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냐, 넷째 프로젝트 과정이 고도화되고 기술적으로 복잡해 설계와 시공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자와 시공자의 통합팀이 필요한 경우냐, 다섯째 정실주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고 경쟁을 실질적으로 저해하지 않는가를 고려해 CM at-risk 방식을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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