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벌레의 시각 vs. 새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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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557회 작성일 12-01-26 09:33본문
이상호(GS건설 경제연구소장)
새해가 된 지 한달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아직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지난해에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수주 목표에 한참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다 보니, 더 어렵다고 하는 올해는 수주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수익성까지 감안하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어느 해 보다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기업은 궁극적으로 수주 물량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과 생존이 가능하다. 비용절감만 강조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주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한편, 신시장 개척과 신사업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접근방법 내지 시각을 보자.
경영전략의 수립이나 실천을 위한 시각은 흔히 ‘벌레의 시각’과 ‘새의 시각’으로 대조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는 경영자와 정책결정자들이 ‘벌레의 시각’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벌레는 길이 막히거나 장애물을 만나면 곧바로 그것을 에둘러 갑니다. 적응하는 거예요. 땅을 기면서 장애물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기업의 리더와 정책 결정자들은 이런 ‘벌레의 시각’이 조직에 허용되고 확산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보는 ‘새의 시각’이 아닌 ‘벌레의 시각’을 가질 때 눈앞의 도전과 실패에 대해 적응력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팀 하포드에 따르면,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적응력을 갖춘 조직으로서 ‘벌레의 시각’을 갖고 성공한 기업이라고 한다. 그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자꾸만 ‘새의 시각’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자원을 집중투자하다 보니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어떤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성과를 가져올 지 사전에 확실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실험과 실패를 위한 시공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개념의 창시자로 불리는 마이클 해머는 ‘새의 시각’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뛸 준비가 되어 있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이들이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며, ‘회사가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벌레처럼 부지런한 것이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
마이클 해머는 아직도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산업혁명 시대를 탈피하지 못했고, 기업의 조직과 프로세스도 분업의 원리에 따라 잘게 쪼개져서 전체를 보지 못하며, 고객지향적이지도 못하다고 꼬집는다. 기업과 구성원들이 “더 빨리, 더 싸게, 더 멋지게” 일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디자인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벌레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새의 시각’에서 전체를 보고, 핵심적이면서 가치있는 일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팀 하포드나 마이클 해머는 이처럼 ‘벌레의 시각’과 ‘새의 시각’을 대립적인 시각으로 설정하고, 어느 한 쪽 시각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각이 더 적합한 지는 상황이나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기업이건 정부건 간에 현실에 있어서는 두가지 시각 모두가 다 필요하다.
지금 우리 건설업체들도 두가지 시각 모두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둘 다 옳다는 ‘양시론(兩是論)’이나 둘 다 틀렸다는 ‘양비론(兩非論)’에 빠져서는 안된다. 두가지 시각의 가중치나 우선순위는 항상 같을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글로벌 경제나 건설시장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새의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건설시장의 방향도 대단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방대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여 하늘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 건설시장이 1970년대나 80년대와 같이 지속적인 고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방향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없이 수주와 매출 확대 및 이윤창출을 위한 수행역량의 향상에만 주력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건설시장은 2007년을 전후하여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정체 내지 축소되고 있는 성숙시장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수주 지상주의나 외형 성장전략을 내걸고, 열심히 목표달성하자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된다. 신성장동력 발굴이란 미명하에 녹색건설·신재생에너지·도시형 생활주택 등과 같은 신시장·신사업 및 틈새시장 진출도 활발하지만, ‘새의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경우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시장규모가 작아서 금방 과잉공급 상황에 빠지거나, 현실적인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지원에 의존하다가 글로벌 재정위기로 정부지원이 줄자 졸지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사례도 많다. 이런 사례들은 그저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쳐다보고 가다가 함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불확실성이라는 말은 예측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조직과 개인의 적응성을 높여야 한다. 다시 말한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벌레의 시각’도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와 건설시장의 방향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한가지 방향성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플랜A만 있으면 안되고, 플랜B와 플랜C도 준비해야 한다.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면, 기존의 경영전략이나 사업계획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은 이렇다. ‘새의 시각’에서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되, ‘벌레의 시각’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적응성있게 헤쳐 나가자. 건설시장의 방향성과 전체상에 대한 이해없이 시장선도자를 모방하여 뒤따라만 가다가는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다. 신시장·신사업 개척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한다면 실패를 용인하는 적응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경영전략의 수립이나 실천을 위한 시각은 흔히 ‘벌레의 시각’과 ‘새의 시각’으로 대조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는 경영자와 정책결정자들이 ‘벌레의 시각’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벌레는 길이 막히거나 장애물을 만나면 곧바로 그것을 에둘러 갑니다. 적응하는 거예요. 땅을 기면서 장애물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기업의 리더와 정책 결정자들은 이런 ‘벌레의 시각’이 조직에 허용되고 확산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보는 ‘새의 시각’이 아닌 ‘벌레의 시각’을 가질 때 눈앞의 도전과 실패에 대해 적응력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팀 하포드에 따르면,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적응력을 갖춘 조직으로서 ‘벌레의 시각’을 갖고 성공한 기업이라고 한다. 그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자꾸만 ‘새의 시각’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자원을 집중투자하다 보니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어떤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성과를 가져올 지 사전에 확실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실험과 실패를 위한 시공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개념의 창시자로 불리는 마이클 해머는 ‘새의 시각’을 가질 것을 권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뛸 준비가 되어 있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이들이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며, ‘회사가 진정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벌레처럼 부지런한 것이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
마이클 해머는 아직도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산업혁명 시대를 탈피하지 못했고, 기업의 조직과 프로세스도 분업의 원리에 따라 잘게 쪼개져서 전체를 보지 못하며, 고객지향적이지도 못하다고 꼬집는다. 기업과 구성원들이 “더 빨리, 더 싸게, 더 멋지게” 일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디자인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벌레의 시각’에서 탈피하여 ‘새의 시각’에서 전체를 보고, 핵심적이면서 가치있는 일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팀 하포드나 마이클 해머는 이처럼 ‘벌레의 시각’과 ‘새의 시각’을 대립적인 시각으로 설정하고, 어느 한 쪽 시각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시각이 더 적합한 지는 상황이나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기업이건 정부건 간에 현실에 있어서는 두가지 시각 모두가 다 필요하다.
지금 우리 건설업체들도 두가지 시각 모두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둘 다 옳다는 ‘양시론(兩是論)’이나 둘 다 틀렸다는 ‘양비론(兩非論)’에 빠져서는 안된다. 두가지 시각의 가중치나 우선순위는 항상 같을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글로벌 경제나 건설시장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새의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건설시장의 방향도 대단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방대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여 하늘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 건설시장이 1970년대나 80년대와 같이 지속적인 고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방향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없이 수주와 매출 확대 및 이윤창출을 위한 수행역량의 향상에만 주력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건설시장은 2007년을 전후하여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정체 내지 축소되고 있는 성숙시장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수주 지상주의나 외형 성장전략을 내걸고, 열심히 목표달성하자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된다. 신성장동력 발굴이란 미명하에 녹색건설·신재생에너지·도시형 생활주택 등과 같은 신시장·신사업 및 틈새시장 진출도 활발하지만, ‘새의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경우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시장규모가 작아서 금방 과잉공급 상황에 빠지거나, 현실적인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지원에 의존하다가 글로벌 재정위기로 정부지원이 줄자 졸지에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사례도 많다. 이런 사례들은 그저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쳐다보고 가다가 함께 절벽에서 떨어지는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불확실성이라는 말은 예측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조직과 개인의 적응성을 높여야 한다. 다시 말한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벌레의 시각’도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와 건설시장의 방향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한가지 방향성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플랜A만 있으면 안되고, 플랜B와 플랜C도 준비해야 한다.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면, 기존의 경영전략이나 사업계획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은 이렇다. ‘새의 시각’에서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되, ‘벌레의 시각’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적응성있게 헤쳐 나가자. 건설시장의 방향성과 전체상에 대한 이해없이 시장선도자를 모방하여 뒤따라만 가다가는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다. 신시장·신사업 개척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자 한다면 실패를 용인하는 적응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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