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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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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7회 작성일 12-02-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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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GS건설 경제연구소장)

작년 10월말부터 매주 연재해 온 칼럼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 “이번엔 다르다”는 글로벌 경제동향과 전망에 관한 칼럼부터 시작해서 국내외 건설시장 및 건설정책과 건설경영전략 등 여러 주제를 논의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국내 건설시장의 한계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향후 10년간 주택·부동산의 핵심수요계층인 35∼54세 인구가 여전히 풍부하기 때문에 수요기반은 부족하지 않다. 1∼2인 가구 급증과 노령화 등 인구·가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택수요도 있다. 정치적 변수 등으로 말미암아 지체되고 있긴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같은 대도시권의 정비사업 물량도 향후 10년간은 풍부하다. 다만, 과거처럼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신규 분양아파트의 대량 공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인구·가구 구조의 변화에 부응한 틈새시장 진출이나 틈새상품 개발 및 임대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초과수요·공급부족 시대에 투기억제 차원에서 설정한 과도한 주택·부동산규제의 획기적인 완화를 통해 시장 정상화를 촉진해야 한다.

 SOC를 비롯한 공공시설물에 대한 투자도 축소 일변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때늦은 인프라 예찬론을 반면교사로 삼아 적정한 수준의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프라는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소득불균형과 빈곤 및 지역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프라 경쟁력은 18위로 평가되고 있다(미국은 우리보다 못한 24위로 평가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이 정도 수준의 인프라로 충분할 지 모르겠지만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좀더 획기적인 인프라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건설시장에서는 성장과 혁신을 파괴하는 가격경쟁의 덫을 탈피하기 위해 발주 및 입낙찰제도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생·상생방안을 강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업체의 생존과 성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부실건설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해야 할 때가 왔다.

 중장기적인 건설수요 창출도 중요한 과제지만, 건설업계로서는 당장 내년이 특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 내년에 어떤 성격의 정권이 들어서든지 간에 보금자리주택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4대강과 행정·혁신도시 건설사업은 대부분 금년중 종료되는데, 이렇다 할 대형 국책사업은 기획된 게 없다. 따라서 내년부터 한동안 대형 공공건설사업의 공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급격한 국내 건설시장의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전국에 걸쳐 약 100조원을 상회하는 규모의 공모형PF 사업 중 일부라도 정상추진이 가능하게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이 내수산업에 머무르는 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건설업체들도 좀더 적극적으로 해외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제2의 중동 건설붐’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따라서 우리의 주력시장인 중동·플랜트시장에서의 비중을 좀더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중남미·동남아 등 신흥국 해외건설시장으로 수주시장의 다변화와 사업다각화를 추구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해외수주 실적이 적은 토목·건축은 개발사업과 병행하여 해외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해외사업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글로벌 M&A 사례도 늘려야 한다. 건설업계와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도 해외건설 강국이 될 수 있다. 다만, 해외건설도 수주 물량 확대 일변도는 곤란하다. 2005년 이후 해외수주 실적이 급증하다 보니 업체에 따라서는 이미 수행역량을 초과하는 수주잔고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내수주 실적이 신통찮으니 외형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해외수주 물량을 더 얹고 있다. 그것도 국내업체간에 과도한 가격경쟁을 해 가면서 말이다. 해외건설사업은 수주보다 수행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최근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외건설인력 양성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건설에 필요한 인력은 숫자만 채운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어학능력만이 아니라 사업관리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은 ‘단기 속성 과정’으로 양성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건설업체의 역량이다. 우리 건설업계에는 오랜 성장시대를 거치면서 국내건 해외건 당해연도 수주·매출목표 달성 중심의 단기 성과주의 경영패러다임이 고착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성숙단계에 접어든 국내 건설시장에서건 갈수록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는 해외건설시장에서건, 중장기적 시각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체의 핵심역량도 영업과 시공만이 아니라 설계·엔지니어링·사업관리 역량은 물론 사업발굴 및 기획, 타당성조사 등 소프트한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및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당분간 현금 유동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되,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시장이 어렵다고 해서 허리띠만 졸라 맬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건설업계에 관행화된 경험경영을 탈피하여 지식경영체제를 정착시키고,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자율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하도록 기업 내부의 운영시스템도 혁신해야 한다.

 지난 4개월간 칼럼 연재를 통해서 주장했던 건설산업의 신성장은 기존의 사업구조와 관행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수주·매출만 늘리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시대의 성장패러다임이다. 신성장을 위해서는 당면한 글로벌 경제 및 건설시장에 대한 인식부터 새롭게 하고, 건설업계의 사업전략·인력·운영시스템 및 건설문화와 관행, 정부 정책과 제도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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