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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신성장을 위한 동기부여 이론과 운영시스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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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469회 작성일 12-02-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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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GS건설 경제연구소장)

애써 기업마다 신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발굴을 마쳤다 치자. 이제부터는 실행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제시된 전략방향에 따라 열심히 뛰어야 한다. 어떻게 임직원들이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을까? 대다수 기업들은 열심히 일해서 확실하게 성과를 내면, 확실한 보상을 해 주겠다는 식으로 답한다. 보상의 내용은 승진과 거액의 성과금 같은 것들이다. 성과가 저조하면? 당연히 성과금을 삭감하거나 주지 않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퇴직을 포함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다. 기업 내부에서는 이처럼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한 동기부여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상과 처벌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이 중요하다. 일부 부서업무를 제외하고, 건설업체는 대개 당해년도 수주와 매출목표라는 계량적인 지표를 성과측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건설업체 임직원들은 숫자로 표현된 당해년도 수주·매출목표의 달성 여부에 따라 승진·승급 또는 퇴출 여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당근과 채찍이론’에 근거한 이같은 동기부여 및 보상방식은 오늘날 우리 건설업체에도 별다른 저항없이 운영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건설인들도 그게 문제라기 보다는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내적·자발적 동기부여가 기업성과 향상이나 지속성장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다니엘 핑크가 쓴 <드라이브>를 꼽을 수 있다. 다니엘 핑크에 따르면, 당근과 채찍이 종종 효과가 없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면 당초 의도와 달리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내재동기를 없앨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전적 보상이 거꾸로 성과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당근과 채찍은 개개인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경우가 많다. 장려해야 할 사회적·도덕적 선행도 경제적 인센티브가 몰아내기도 한다. 당근과 채찍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조직 내부에 사기·편법·비윤리적 행동이 판칠 수도 있다. 보너스와 같은 경제적 보상은 중독성을 유발하게 되고, 동일한 성과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상규모를 늘려야 하는 문제도 유발시킨다. 특히 당장 눈앞에 닥친 보상을 얻기 위해 임직원들은 근시안적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 결과 장기적인 추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다니엘 핑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회사가 당장의 성과라는 편협하고 가까운 미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해될 만하다. 이것은 소소한 일에도 보상하거나 처벌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합리적 반응이며, 궁극적으로 경영진이 받게 될 보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다음 4분기 이상으로 시야를 확장하지 않는 회사는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회사가 단기간의 목표는 잘 달성할 지 몰라도, 2∼3년후 회사의 전망은 위협당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지 모르겠다.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고, 사기·편법·비윤리적 행동은 처벌로써 줄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니엘 핑크는 심리학의 방대한 실험결과 등을 인용하여 이같은 문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당근과 채찍으로 줄이고자 했던 것은 정반대로 더 늘어나고, 늘리고자 했던 것은 더 줄어드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안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적인 내재동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하도록 조직 운영시스템을 바꿀 것을 권한다. 개개인이 맡고 있는 업무가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하고, 일 자체를 놀이처럼 바꾸자는 등의 제안도 있다.

 우리는 기업의 존재목적이 이윤극대화에 있고, 이윤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식의 산업화 초창기 시대 단순논리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사기·편법·비윤리적 행동을 통해서라도 한해 한해의 수주·매출목표 달성이라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당근과 채찍을 의식하다 보니 근시안적인 사고에 갇혀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할 사업도 무리하게 적자 수주를 감행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 건설업체들도 국내시장에 기반한 내수기업의 한계를 탈피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올해만 해도 주요 대형건설업체들의 수주목표에서 해외사업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어느 건설업체를 막론하고 신시장 진출, 신사업 발굴을 통해 신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업체의 내부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신성장은 임직원의 마음가짐이나 회사 운영방식의 변화없이 수주·매출목표 확대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아니, 사실은 임직원의 마음가짐이나 회사 운영방식의 변화없이 수주·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성장을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에 기반한 우리 건설업체들의 전통적인 동기부여나 보상시스템도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임직원 개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되 기업성과와 연계시키기 위한 새로운 동기부여와 보상시스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해 한해의 수주·매출목표를 성과지표로 삼는 외형성장 위주의, 근시안적인 경영계획도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오랜 성장시대를 마감하고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국내 건설시장에서 수익성없는 수주·매출 확대는 도산을 예고하는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건설업체 내부의 운영시스템도 협력과 소통,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신성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수주·매출목표의 뻥튀기부터 내세울 게 아니라 임직원의 자발적 동기부여와 운영시스템을 비롯한 조직문화 전반의 혁신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수주·매출 확대는 그 결과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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