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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능·기술중심으로 입찰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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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65회 작성일 12-03-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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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문제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한 주립대학 부설연구소가 가격중심의 저가입찰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파급 영향에 대한 분석을 내 놓았다. 국내 공공건설에서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미국 건설업체수는 약 79만개다. 건설회사 당 평균 고용 인력은 9명이며 91%가 고용인력 20명 미만이다. 100명 이상을 고용한 업체수는 전체의 1%에 불과하고 500명 이상을 고용한 업체수는 0.07%인 약 500개 정도다. 절대다수가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군이다.

 미국 내 산업체들의 평균 수익률은 5.5%인데 반해 건설산업의 평균 마진율은 1.8%에 불과 할 정도로 열악하다. 전체 업체 중 약 60%만이 이익을 내고 있다. 매년 약 10%가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반면 11%는 도산한다. 미국 내 전체 산업체 중 건설업체가 도산 혹은 퇴출되는 빈도가 요식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D&B 발표에 따르면 퇴출되는 전체 업체 수 분포는 회사 설립 후 5년 이내가 32%로 가장 높고 29%는 6년에서 10년 사이이며 10년 이상 업체 비중도 39%를 넘길 만큼 불확실이 높은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 조사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전체 발주자 중 67%는 동일한 설계회사를 선정하고 동일한 건설회사를 지명하는 경우도 과반수를 넘긴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 중 33%가 원 예산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42%가 공사기간이 지연되었다. 2000년도에 조사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시장 역시 당초 예산 범위 내 준공된 사업수가 53%이며 공사기간 내 준공된 사업건수는 40% 수준이다. 선진국 건설시장 역시 예산초과와 공사기간 지연은 피할 수 없는 공통의 문제로 부각되어 있다.

 미국 내 건설공사 발주방식은 설계와 시공분리방식이 62.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설계시공일괄방식이 24.3%로 그 다음을 잇고 있다. 시공책임형 사업관리(CM)방식은 건수 기준으로 13.1%를 점유하고 있다. 공사 입ㆍ낙찰방식은 가격 중심이 43.5%이며, 입찰참가자격 심의 기준 방식이 18.6%며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도 27.3%로 무척 높은 편이다. 최고가치낙찰제 방식은 10.6%로 국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아직은 낮은 편이다. 미국의 최저가낙찰제 적용 여부는 법에 의한 강제보다 발주자 판단이 우선시 된다.

 미국의 저가낙찰방식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국내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입찰에서 가격 비중이 높을수록 업체들은 가격을 저감하기 위해 비숙련공을 투입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이 결과 미국 국적의 숙련기능공들의 평균 연령이 56세에 이를 만큼 신규 인력 진입이 더디다. 더 큰 문제는 신규 인력 유입 자체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어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문제점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경제 불황이 심할수록 발주기관들은 가격 중심의 입ㆍ낙찰제를 선호하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도 심각해진다. 가격 중심으로 입ㆍ낙찰제를 선택하는 발주기관들이 가진 시각에 주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가로 갈수록 발주자의 위험부담은 높아지고 관리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건설공사를 기성제품으로 착각하는 입ㆍ낙찰방식은 결과적으로 관리와 품질에 대한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가중시키고 또 기술기준을 저하시켜 부실 위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가격 중심의 입ㆍ낙찰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성능기준 평가 방식으로 전환시켜 발주자에게 집중된 위험 부담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연구소는 가격 중심의 입ㆍ낙찰방식이 가져 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능기반 평가방식이나 최고가치낙찰제 등 기술 중심 방식으로 전환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유지 혹은 확대 입장인 정부의 관계부처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을 참고 할 필요가 있다. 예정가격 대비 70% 미만의 낙찰로 선정된 계약의 설계변경이 건별 증가액에서 70% 이상의 낙찰률 공사보다 16배 이상 높다는 조사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상장된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미국 평균값보다 높다지만 이 값은 점점 줄어 들 것은 분명하다. 그 만큼 건설공사에 대한 수익 창출 위험 부담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향후에 더 높아 진다는 의미다.

 지난해 4월에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예상부도율(EDF)이 타 업종 평균보다 3배 이상이다.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될수록 이 위험 부담은 훨씬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2011년 2월 통계청 발표 중 신규 진입 건설회사 10곳 중 5년 이내 도산 업체가 7곳이라는 의미는 미국보다 국내 건설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 발생 전에 일정금액이상 공사에 적용하는 최저가낙찰 의무제를 발주기관 판단에 위임하는 임의제 혹은 선택제로의 방향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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