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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격심사제 개선앞서 신뢰부터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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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00회 작성일 12-05-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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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도박하는 세상인데 공무원을 어떻게 믿나”.

 최근 기획재정부가 충청지역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적격심사낙찰제 개선방안 설명회’에서 재정부 관계자가 개선안에 대해 설명하던 중 객석에서 한 청중이 내뱉은 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선안에 따른 공사 수주에 바로미터가 될 최저실행가격 비공개와 관련 “부정과 부패를 전제로 정책을 입안할 수 없으며 공무원의 양심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건설업계 반응은 이처럼 차가웠다.

 재정부 관계자가  설명회 말미에 얘기했듯 정부, 공무원에 대한 건설업계의 불신은 실로 적지 않다.

 재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적격심사 개선만 해도 이유가 어찌됐건 지난해 정부가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2년간 유보하며 국회와 약속했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건설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작년말 국회는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를 수용하고 상정된 관련법안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정부에 최저가낙찰제 및 적격심사제 등 현행 입·낙찰제도의 성과분석과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6월말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재정부가 운찰제 개선 및 변별력 강화를 명분으로 건설업계의 의견 수렴 없이 현행 적격심사제 개선을 추진함에 따라 지난해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에 따른 보복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최저실행가격 비공개를 발주기관 공무원의 양심에 맡기는 것도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꼴’이라며 적격심사 도입 초기처럼 공무원을 부정과 부패의 도가니로 몰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설계심의 비리 사건에서 보듯 나름대로 검증된 공무원은 물론 상아탑인 대학의 교수들마저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정책이라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입안부터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고, 설사 결정되더라도 당초 추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

 재정부는 공무원들에 대한 건설업계의 불신부터 해소한 뒤 지난해 국회와 약속한 사항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최근 호남지역 설명회에서 보이콧을 당한 이번 설명회가 오늘부터 이어질 대구와 부산, 서울지역에서는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희찬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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