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현실화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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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352회 작성일 22-09-27 08:58본문
[e대한경제=박경남 기자] 대형 SOC(사회기반시설)가 예비타당성조사와 입찰 시점 간 공사비의 갭을 메우지 못하며 공공건설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은 계약제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다.
현행 계약제도에는 계약 이후 시공 단계에 대한 물가변동 계약금액 조정 등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
계약을 체결한 뒤 90일 이상 지나고, 입찰일을 기준으로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3% 이상 증감하거나 특정규격 자재의 가격증감률이 15% 이상이면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
건설산업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며 가파르게 치솟은 자잿값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서도 현재 가동 중인 공공공사 현장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이유다.
그러나 계약 전 단계에선 공사비 조정에 대한 근거가 사실상 없다.
총사업비관리지침에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조건으로 계약 전 사업비 조정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실제 사업비 증액 협의가 여의치 않은 데다, 협의 기간이 장기간 요소되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를 반영한 사업비 조정이 발주기관 자율조정항목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마저도 시공 단계에 한해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계약 전 단계에선 자율조정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계약 전에 물가상승분을 공사비에 미리 반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설계를 완료한 후 기재부와 총사업비 조정 협의를 거치는 일반공사와 달리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경우 기본계획 수립 후 입찰에 부치면서 설계기간 중에 발생하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기는 더욱 취약한 여건이다.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유찰된 사업을 재공고할 때도 발주기관이 물가상승분을 반영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재부와 거쳐야 하는 협의가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선 공사현장의 원가구조 변화를 서둘러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건설산업을 둘러싼 제도와 기술이 급변하면서 건설기업의 일반관리비와 간접노무비 등 원가 부담은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재해예방을 위한 인력·예산 확보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요구 확산 등으로 인해 건설현장의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원가구조는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SOC의 잇단 유찰을 막는 해법은 결국 공사비 현실화”라며 “발주기관이 계약 전 단계에서 변동된 물가를 반영해 총사업비를 자율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변화된 원가구조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남기자 knp@ <대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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