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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그룹 소속 건설사의 턴키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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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12-06-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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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과거 턴키공사 수주실적은 건설사의 우수한 기술력과 영업력을 대변하는 지표 중 하나였다.

 때문에 시공능력 10위권 내 건설사라 해도 진입장벽을 ‘훌쩍’ 뛰어넘기가 힘든 시장이었다.

 물론 경험이나 영업력이 부족한 건설업체가 쉽사리 수주 문턱을 넘기 어려운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 외부에서 턴키공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종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연이어 터전 비리사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4대강 턴키공사의 담합사건은 결정타가 됐다.

 환경·시민단체의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이런저런 정치논리와 엮이면서 일반인들의 시선도 매우 따가워졌다.

 이렇다보니 최근 턴키공사에 대한 대그룹 소속 건설사들의 수주활동이 크게 위축돼 있다.

 혹시라도 담합이나 비리사건에 연루될 경우, 그룹 전체에 피해가 미칠 것을 우려한 그룹의 입김이 작용한 때문이다

 과거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는 공사(입찰)의 경우 그룹의 결정이나 동의가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그룹의 입김은 턴키공사 전반에 걸쳐 작용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답답한 사람은 대그룹 소속 건설사의 영업담당자다.

 계획했던 수주목표를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한 턴키공사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A건설사 실무자가 이런 처지에 놓였다.

 전차 공사를 수행하면서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대표사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룹 측에서 턴키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굳이 전면에 나서야겠냐는 의견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에 주관사 자리를 넘기자니 돌아오는 지분율이 너무 적고, 아예 빠지자니 실적확보가 걱정되는 게 영업담당자의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룹이나 계열사 일부에서는 혹시 모를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 등 손해만 걱정하며 턴키입찰을 만류하는 분위기”라며 “수주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매우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단 이 회사뿐 아니라 대그룹에 속한 건설사 상당수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공공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추진을 위해 검열 아닌 검열까지 받고 있는 셈이다.

 턴키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봉승권기자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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