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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건설업체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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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13회 작성일 12-05-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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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22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토해양분야 19대 국회의원 당선인 축하 인사회를 마치고 A 본부장과 논현동 골목길의 막걸리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A 본부장은 한 건설단체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사람이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요즘 건설사들이 무척이나 불쌍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금 호텔 리셉션장의 화려한 불빛과 격조있는 음악 속에서 국회에 입성한 건설인들을 축하해 주고 온 마당인데, “건설사들이 불쌍하다”니 이게 웬 홍두깨 같은 얘기인가. 더욱이 주문한 막걸리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A 본부장은 말을 이었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안 좋아 건설사들이 일에 매진해도 먹고살기 어려운 판에, 정부 입김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끌려다니고 있어요. 사실 건설사들이 뭔 죄가 있어요.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간 것밖에 더 있습니까?” 그의 이야기 속 문제는 한창 논란이 일고 있는 적격심사제였다. “기획재정부는 지금의 적격심사제가 변별력이 없어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데 적격심사제의 변별력이 떨어진 게 어디 건설사들 잘못입니까? 정부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요. 그래 놓고 개선안을 내놓아 건설사들을 흔들고 있어요. 건설사들은 생업을 제쳐둔 채 간담회장으로 몰려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고요.”

 A 본부장에 따르면 적격심사제가 나왔을 때는 변별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한 건의 공사 입찰에 수백개사가 몰리지만 처음에는 적격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가점제가 많이 생겨났어요. 정부는 자격이 없는 업체들에 공사를 나눠 주겠다며 공동도급제도를 만들었고 이로인해 경영상태나 실적을 보완해서 적격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가 늘어났죠. 여기에 정부 부처마다 신인도 가점제를 끼워 넣으면서 적격심사제는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제도가 돼 버린 거죠.”

 적격심사제가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제도로 변질됐다면 정부가 변별력 있는 제도로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A 본부장은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곤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입찰제도의 전권을 갖고 있어요. 이런 권한으로 제도를 수시로 바꿔왔죠. 그런데 문제는 바뀐 제도가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도를 만든 사람은 이미 다른 자리에 가 있기 때문이죠. 결국 건설사들만 마루타마냥 바뀐 제도의 시험대상이 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거죠. 그래서 건설사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다. 요즈음 어깨가 축 늘어져 있는 건설업계 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 불쌍한 건설사가 어디 적격심사제 개선 문제에 얽혀 있는 업체들뿐이랴.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얽혀 금융권에 휘둘림을 당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더욱 안타까운 지경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반자였다. 그런데 은행들은 경기가 나빠지자 대부업자로 돌변했고 원금회수를 카드 삼아 금리를 올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4대강 늪에 빠진 건설사들은 또 오죽이나 억울할까. MB정부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했건만, 적자를 떠안은 것도 모라자 담합처벌까지 직면해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토사구팽도 이런 토사구팽이 없다. 하지만 건설사들 주변엔 우군이 별로 없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들을 당하고 있지만 주변에선 믿어주질 않는다. 그래서 더욱 불쌍한 게 지금의 건설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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