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 늦춰선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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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195회 작성일 12-05-18 09:15본문
유일동 논설위원
필자의 고향은 충청도 두메산골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다. 어릴 적 동네엔 TV 한두 대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문명의 이기를 맛보았을 정도다. 초등학교에 가려면 3km는 족히 걸어야 했다. 그 것도 뱀 등허리처럼 꼬불꼬불 휜 논길을 거쳐야 그 정도다. 신작로로 돌아가면 4km 는 책보와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빠른 코스로 가려면 적게 걷는 만큼 괴로움도 감내해야 했다. 비오는 날이면 논두렁이 질펀해져 고무신을 들고 걸어야 했다. 또 이슬이라도 오면 볏가지에 바짓가랑이가 젖는 것쯤은 감수해야 했다.
여섯 살 때 처음 서울구경을 했다. 새벽밥을 먹고 8km를 서둘러 걸어 읍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거기까지는 서울 구경할 요량으로 힘든 줄도 몰랐다. 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는 생지옥이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는 좌우상하로 마구 요동쳤고, 매캐한 차 냄새는 필자를 멀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군 단위 터미널에서는 30분에서 1시간은 정차하면서 쉬었다. 차멀미의 혼미함속에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라 지옥이었다. 초주검이 돼 서울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땅거미가 드리워져 있었다. 무려 14시간의 강행군 뒤에야 서울 야경 이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예전처럼 3~4km를 걸어 통학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물론 학생수가 크게 줄어 학생 유치를 위한 학교측의 배려도 있다. 그 것보다 버스 통학을 가능케 한 것은 동네 마을안길까지의 세심한 도로포장이다.
요즘에는 고향에 자주 간다. 대부분 조사(弔事) 때문이지만 지금은 2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4시간씩 차멀미하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지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 진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거리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공간적인 근접성은 비교가 안 된다. 도로가 공간적인 거리를 12시간이나 줄여 놓았다.
공간적 근접성 확보는 우리나라 도로가 낡은 제복을 벗고 문명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기 때문이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렸다. 웬만한 마을 안길, 이면도로까지 포장이 잘 돼있다. 이 길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버스 통학을 한다. 과거 1960~70년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1966년 총 도로연장은 3만3476km였다. 포장률은 5.8%에 불과했다. 필자가 서울 나들이에 처음 나왔을 때다. 도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비포장 이었다. 신작로에 차 한 대라도 지나가면 뽀얀 먼지가 길가를 덮쳤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도, 길을 걷는 사람도 고역이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도로 포장률이 1990년 들어서 70% 넘어섰다. 1991년 도로연장이 5만8088km, 포장률이 76.4km였다. 그래도 고향에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는 벅찼다. 지난해 도로연장은 10만5931km다. 포장률도 80.4% 기록했고 고속도로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젠 경사는 몰라도 동네 애사에 안 갔다가는 어르신한테 혼난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됐기 때문이다.
도로 등 교통시설의 발달은 인간이 사람 노릇하며 살 수 있게 했다. 고향 애경사는 물론 동창회에도 간다.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 여행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이다. 도로는 일부 계층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출퇴근 때만 되면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예 자동차가 서 있는 상습정체구간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주말이나 행락철에는 고속도로가 만원이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맞아 고향 가는 길은 온통 주차장이다. 길에 기름을 쏟아붓고 있다. 엄청난 자원낭비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 경제엔 부담스런 요소다. 특히 교통물류비용의 증가가 국가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다.
왜 이렇게 길이 막힐까. 우리나라 SOC투자 실적을 보면 답이 보인다. 우리나라 국가고정자본은 선진국에 비해 구우일모(九牛一毛)다. 우리나라 총 도로연장은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국토가 좁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도로연장이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인구와 국토면적을 감안한 ‘국토계수당 도로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이 프랑스 5.1, 스페인 4.3, 독일 3.7, 영국 3.4 등이다. 우리나라의 그 것은 1.5로 초라하다. SOC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SOC투자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모두가 이용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그야말로 편견 없는 보편적 복지의 실천이다. 때문에 SOC투자는 미래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다. SOC투자는 또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국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SOC투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있다. 또 더 이상 SOC투자를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필자의 고향은 충청도 두메산골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다. 어릴 적 동네엔 TV 한두 대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문명의 이기를 맛보았을 정도다. 초등학교에 가려면 3km는 족히 걸어야 했다. 그 것도 뱀 등허리처럼 꼬불꼬불 휜 논길을 거쳐야 그 정도다. 신작로로 돌아가면 4km 는 책보와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빠른 코스로 가려면 적게 걷는 만큼 괴로움도 감내해야 했다. 비오는 날이면 논두렁이 질펀해져 고무신을 들고 걸어야 했다. 또 이슬이라도 오면 볏가지에 바짓가랑이가 젖는 것쯤은 감수해야 했다.
여섯 살 때 처음 서울구경을 했다. 새벽밥을 먹고 8km를 서둘러 걸어 읍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거기까지는 서울 구경할 요량으로 힘든 줄도 몰랐다. 버스에 올라타면서부터는 생지옥이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는 좌우상하로 마구 요동쳤고, 매캐한 차 냄새는 필자를 멀미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군 단위 터미널에서는 30분에서 1시간은 정차하면서 쉬었다. 차멀미의 혼미함속에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라 지옥이었다. 초주검이 돼 서울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땅거미가 드리워져 있었다. 무려 14시간의 강행군 뒤에야 서울 야경 이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예전처럼 3~4km를 걸어 통학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물론 학생수가 크게 줄어 학생 유치를 위한 학교측의 배려도 있다. 그 것보다 버스 통학을 가능케 한 것은 동네 마을안길까지의 세심한 도로포장이다.
요즘에는 고향에 자주 간다. 대부분 조사(弔事) 때문이지만 지금은 2시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14시간씩 차멀미하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지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 진 것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거리로는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공간적인 근접성은 비교가 안 된다. 도로가 공간적인 거리를 12시간이나 줄여 놓았다.
공간적 근접성 확보는 우리나라 도로가 낡은 제복을 벗고 문명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기 때문이다. 사통팔달 고속도로가 뚫렸다. 웬만한 마을 안길, 이면도로까지 포장이 잘 돼있다. 이 길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버스 통학을 한다. 과거 1960~70년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1966년 총 도로연장은 3만3476km였다. 포장률은 5.8%에 불과했다. 필자가 서울 나들이에 처음 나왔을 때다. 도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비포장 이었다. 신작로에 차 한 대라도 지나가면 뽀얀 먼지가 길가를 덮쳤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도, 길을 걷는 사람도 고역이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도로 포장률이 1990년 들어서 70% 넘어섰다. 1991년 도로연장이 5만8088km, 포장률이 76.4km였다. 그래도 고향에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는 벅찼다. 지난해 도로연장은 10만5931km다. 포장률도 80.4% 기록했고 고속도로가 획기적으로 늘었다. 이젠 경사는 몰라도 동네 애사에 안 갔다가는 어르신한테 혼난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 됐기 때문이다.
도로 등 교통시설의 발달은 인간이 사람 노릇하며 살 수 있게 했다. 고향 애경사는 물론 동창회에도 간다. 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 여행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이다. 도로는 일부 계층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출퇴근 때만 되면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예 자동차가 서 있는 상습정체구간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주말이나 행락철에는 고속도로가 만원이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맞아 고향 가는 길은 온통 주차장이다. 길에 기름을 쏟아붓고 있다. 엄청난 자원낭비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 경제엔 부담스런 요소다. 특히 교통물류비용의 증가가 국가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다.
왜 이렇게 길이 막힐까. 우리나라 SOC투자 실적을 보면 답이 보인다. 우리나라 국가고정자본은 선진국에 비해 구우일모(九牛一毛)다. 우리나라 총 도로연장은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국토가 좁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인당 도로연장이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인구와 국토면적을 감안한 ‘국토계수당 도로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이 프랑스 5.1, 스페인 4.3, 독일 3.7, 영국 3.4 등이다. 우리나라의 그 것은 1.5로 초라하다. SOC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SOC투자는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모두가 이용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그야말로 편견 없는 보편적 복지의 실천이다. 때문에 SOC투자는 미래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다. SOC투자는 또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국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SOC투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있다. 또 더 이상 SOC투자를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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