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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소통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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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6회 작성일 12-04-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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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조달청은 많이 억울해 하고 있는 듯 싶었다. 변희석 시설사업국장은 “정부공사비 책정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업계의 의사가 모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시훈 토목환경과장은 “정확하게 공사비를 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건설사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느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지난 5일 조달청이 주관해 이뤄진 정부공사비 책정에 관한 업계 간담회에서 나온 조달청 관계자들의 말이다.

 조달청은 그동안 건설사들로부터 성토의 대상이었다. 건설사들은 조달청이 수요기관의 총사업비 협의과정에서 근거없이 공사비를 10% 가량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적자시공을 감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줄곧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사비를 조정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삭감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도 조달청에 대한 건설사들의 성토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시공환경이 악화되면 될수록 조달청에 대한 원망은 깊어 갔고, 이런 원망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5일의 조달청 간담회는 이런 이유로 마련됐다. 조달청은 작심한 듯 자료를 준비했다. 정부공사의 원가계산 구성표를 공개하고 조달청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일반자재와 시장시공가격 정도이며, 그 비중이 16.5%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공사비를 줄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증액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달청 집행공사의 원가계산 사례분석표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비롯한 12건의 토목공사와 19건의 건축공사가 공개됐다.

 이 중 하나인 송도국제도시 11-1공구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보면 당초 5161억원에서 조달청의 총사업비 검토를 거쳐 985억원 줄어든 4176억원이 됐는데 985억원의 삭감 내용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개정품셈을 적용해 303억원이 조정됐고 제경비율적용 오류를 수정하면서 414억원이, 잘못 적용된 환율 및 유류대를 조정하면서 160억원이 조정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이 있어야 하겠지만 조달청의 설명대로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조달청 관계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심중의 얘기를 꺼내기 어려웠는지 모르겠지만 조달청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최저가낙찰제 심사 등 다른 제도상의 문제들을 건의했다. 그동안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조달청의 공사비 삭감을 실랄하게 비난해 왔던 기자도 달리 할말이 없었다. 그만큼 조달청이 준비한 자료는 훌륭했다. 더욱이 조달청은 앞으로 공사비 조정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달청의 공사비 조정이 과거 건설사들의 얘기처럼 일방적인 삭감인지, 아니면 조달청의 설명처럼 이유있는 조정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조달청이 자료를 공개했어도 기술적인 검토가 있어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기자가 보기에 이번 조달청 간담회는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권위주의라고 한다. 소통을 잘 하려면 말을 듣고자 하는 쪽에서 힘을 빼야 한다. 하지만 과거 조달청은 힘을 빼지 않았다. 공사비 조정내역을 공개하라는 건설사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이로 인해 조달청이 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깎고 있다는 건설사들의 주장은 사실처럼 돼 버렸다. 그런데 이번 간담회에서 조달청은 자료를 공개했다. 힘을 뺀 것이다. 조달청과 건설사들의 소통이 비로소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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