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중견건설사 몰락과 피터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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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38회 작성일 12-05-23 09:55본문
어린 시절 피터팬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가 쓴 동화의 주인공이다. 소녀 웬디와 짝을 이뤄 요정들과 함께 악당 후크 선장을 물리치는 모험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신드롬(syndrome)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뜻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성장을 거부하고 꿈만 꾸는 남성을 나타내는 심리적 증후군을 지칭한다.
이런 피터팬 신드롬이 건설업계에도 퍼지고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위권을 제외한 11~100위 건설사 가운데 22개사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1분기 실적도 참담하다. 전체 건설사의 실적은 32.4% 늘었지만 11~50위 사이 20개사의 실적은 오히려 25.8% 줄었다. ‘중견건설사=부실건설사’라는 인식마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누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하겠냐는 말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건설’자가 들어간 기업이나 ‘건설’과 연관된 기업들 가운데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럼에도 중견사들의 충격이 큰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주력은 대부분이 주택사업과 공공공사다.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경기의 장기침체는 직격탄이 됐다. 공공시장에서도 설계?시공일괄(턴키), 대안입찰 등 특화된 영역을 확보하고 자본금을 갖춘 대형건설사와 정책적 지원을 받는 지역?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 넛크래커(nut-cracker) 신세다.
게다가 금융권은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중견기업들이 사정이 어려워지니 대출을 죄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보다 대출금만 회수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이러다 보니 활발한 신규수주 활동을 벌이면 워크아웃 졸업의 기대감이 높았던 기업마저 알맹이는 다 빼앗기고 다시 수렁으로 빠지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신청했어야 한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기업 실패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기업에 있다. 그러나 비올 때 어김없이 우산을 빼앗고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금융기관과 산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눈흘김의 대상일 뿐이다. 고통은 오롯이 건설인들의 몫이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회사 살리기에 나섰던 직원들은 희망을 잃었다. 탈진 상태다. 여파는 협력업체, 자재업체, 일용직 근로자까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장기불황의 여파 탓인지 사회적 관심조차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중견건설사는 산업의 허리다. 허리가 부실하면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가 없다. 대기업만 더 커지고 중견기업은 몰락하고,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는 기형적 형태로는 정상적인 발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체가 균형적으로 성장해야 생명력이 긴 것과 마찬가지다. 피터팬 신드롬의 원인으론 가정의 불안정, 교육기능의 저하 등 환경적 요인이 꼽힌다. 공정한 경쟁 기회와 적정이윤을 주고 이를 재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벼랑 끝에 몰린 중견사들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손을 잡아주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라는 한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봉식 정경팀장
이런 피터팬 신드롬이 건설업계에도 퍼지고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위권을 제외한 11~100위 건설사 가운데 22개사가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1분기 실적도 참담하다. 전체 건설사의 실적은 32.4% 늘었지만 11~50위 사이 20개사의 실적은 오히려 25.8% 줄었다. ‘중견건설사=부실건설사’라는 인식마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누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하겠냐는 말이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건설’자가 들어간 기업이나 ‘건설’과 연관된 기업들 가운데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럼에도 중견사들의 충격이 큰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주력은 대부분이 주택사업과 공공공사다.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경기의 장기침체는 직격탄이 됐다. 공공시장에서도 설계?시공일괄(턴키), 대안입찰 등 특화된 영역을 확보하고 자본금을 갖춘 대형건설사와 정책적 지원을 받는 지역?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 넛크래커(nut-cracker) 신세다.
게다가 금융권은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중견기업들이 사정이 어려워지니 대출을 죄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해서는 경영 정상화보다 대출금만 회수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이러다 보니 활발한 신규수주 활동을 벌이면 워크아웃 졸업의 기대감이 높았던 기업마저 알맹이는 다 빼앗기고 다시 수렁으로 빠지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신청했어야 한다는 후회의 목소리가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기업 실패의 책임은 근본적으로 기업에 있다. 그러나 비올 때 어김없이 우산을 빼앗고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금융기관과 산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눈흘김의 대상일 뿐이다. 고통은 오롯이 건설인들의 몫이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회사 살리기에 나섰던 직원들은 희망을 잃었다. 탈진 상태다. 여파는 협력업체, 자재업체, 일용직 근로자까지 그야말로 일파만파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장기불황의 여파 탓인지 사회적 관심조차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중견건설사는 산업의 허리다. 허리가 부실하면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가 없다. 대기업만 더 커지고 중견기업은 몰락하고,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는 기형적 형태로는 정상적인 발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체가 균형적으로 성장해야 생명력이 긴 것과 마찬가지다. 피터팬 신드롬의 원인으론 가정의 불안정, 교육기능의 저하 등 환경적 요인이 꼽힌다. 공정한 경쟁 기회와 적정이윤을 주고 이를 재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벼랑 끝에 몰린 중견사들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손을 잡아주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라는 한탄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데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박봉식 정경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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