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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 do' 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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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01회 작성일 12-05-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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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가 되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를 세계은행 총재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와 결핵 퇴치를 위하여 헌신해 온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이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그로 하여금 세계경제 수장의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이다. 대학총장 재직 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방송인 백지연은 그의 다음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한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에 관심을 두었습니다.’김용은 전형적인 What to do 형 인간이다.

  성취동기를 기준으로 보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What to be 형과 What to do 형이 그것이다. 당연히  What to be 형의 인물이 많고 이런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금배지가 탐이 나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전형적인 What to be 형 인물이다. 논문 표절이 명확해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데도 자리를 내 놓지 않으려 한다면 그는 What to be 형 의원이다. 반면 입법자로서, 정부 감시자로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 진출한 의원은 What to do 형 인물이다. 여야를 떠나 이번에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 중 이런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면 국민들은 희망을 가져도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자식을 What to be 형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 경쟁이다. 남들보다 더 좋은 학력, 더 많은 자격 을 쌓아야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부의 되물림과 양극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스펙 쌓기에만 치중한What to be 형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서는 진정성과 도덕성과 열정 그리고 공감의 마음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펙과 스토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스펙은 결과중심이고 스토리는 과정중심이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과 열정이 넘쳐나는 사람은 여러 번의 실패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그 스토리에는 겸손하지만 자심감이 묻어나고, 다른 사람의 가슴을 적셔주는 감동과 신뢰가 담겨 있다.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바로 What to do 형 인물이다. 기업들이 최근 서류심사보다 면접과 발표를 통하여 사람을 뽑으려는 것은 바로 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What to do 형 인물을 뽑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점점 What to do가 경쟁력인 시대가 되고 있다. What to be와 What to do 둘 다 목표 지향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자는 결과중심이기 때문에 유연하지 못하고 과정에서 배우고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쉽게 좌절하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성과주의에 매몰되고 만다. 크게 성공했다는 사람이 도덕적 문제 한 방으로 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그가 What to be 형의 삶을 살아 왔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What to do 형 인물은 과정에 집중하고 과정을 즐기며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그는 유연하면서도 우직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곧 그의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건설기업도 What to be 형보다 What to do 형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되고 있다. What to be 형 건설기업은 언제나 내실보다는 외형에 우선을 둔다. 보다 많은 스펙을 쌓아 최단기간에 성장하기를 갈구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무리수를 범하고 여건이 변하면 금방 부실 위험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What to do 형 건설업체는 다르다. 그들은 언제나 사명과 비전을 중시한다. 종업원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절이 바뀌어도 오로지 한 길로 나아간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똘똘 뭉쳐 한 길로 매진한 결과 결국에는 한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가진 업체로 성장하게 된다.

  건설산업 선진화 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새삼 What to do 형 기업이 잘 되도록 건설제도를 바꾸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What to do 형 기업이 나오도록 건설제도를 고치면 어떨까. PQ니 시공능력이니 하는 양적, 형식적인 스펙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무엇을 하여 왔고 무엇을 잘 하는지 등의 스토리를 제대로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아는 한 중소건설업체 사장이 어느 유명 연예인이 발주하는 공사에 대기업 계열사와 입찰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들 회사는 비록 덩치는 작지만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직 결과를 듣지는 못했다. 스토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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