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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공동도급제도와 동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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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920회 작성일 12-04-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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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용 산업팀장

 

 공공공사 입찰에서 대형사들의 홀로 플레이가 눈에 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감한 아파트 건설공사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위한 서류접수 결과를 보면 공동수급체를 꾸리지 않고 단독으로 입찰참가를 표방한 업체들이 상당수다. 고양삼송A14블록은 입찰참가를 위해 서류를 제출한 76개 건설사 중 26개사가 단독이고, 대구신서B3블록은 무려 28개사가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았다. 1000억원이 넘는 공사를 혼자 수주해서 시공하겠다는 심산이다.

 아파트 건설공사뿐만이 아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최근 PQ서류접수를 마감한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공사 5개 공구는 대표사의 지분율이 평균 70% 가량이다.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에 따라 전문건설사에 의무적으로 일정 지분을 할애해야 하고 일부 업체들은 실적보완을 위해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하면 대표사 지분율이 꽤나 높은 편이다. 공구별 공사금액이 적게는 1513억원에서 2738억원이니 대표사들은 1000억원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공사량을 혼자 차지겠다는 계산이다.

 대표사 자격이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대형사다. 겉으로 드러난 PQ마감 결과를 보면 대형사들의 탐욕이 대단하다. 공공공사 입찰에서는 대ㆍ중소사 간 공동도급을 권장하고 있다. 물량도 나누면서 대형사의 시공 노하우를 중소사에 전수케 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대형사들이 이렇게 좋은 제도를 외면하고 혼자서 공사를 독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외침은 안중에도 없는 듯싶다. 이쯤되면 정부가 나서는 것이 그동안 접해온 수순이다. 대형사를 닦달해서 공동도급에 나서도록 하거나, 이것이 먹히지 않으면 제도를 강화하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데 지금은 정부가 나서기 어색한 상황이다. 공공시장에서 공동도급이 움츠러들게 된 원인으로 정부가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은 사업규모가 크다보니 이래저래 배려해야 할 중소사들이 많다. 지역별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사들도 생각해야 하고 턴키공사에 함께 참여했다가 탈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중소사들도 배려해야 한다. 간혹 높은 자리에서 주문이 떨어진 중소사들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들 업체에 가장 큰 배려는 공동도급을 통해 시공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현상황은 공동도급이 중소사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경영압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왜일까? 정부가 산정하는 공사비가 워낙 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저가방식의 입찰까지 거치면 시공사는 수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다. 적자시공은 공동수급체 구성원 간 분쟁으로 이어진다. 큰 수익을 꿈꾸며 참여한 공사에서 손해를 보게 된 중소사들은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종종 공동수급체 대표사와 구성원 간에 분담금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곤 한다. 대형사마다 공동도급공사에서 회수하지 못한 분담금이 수백억원에 이르고 있는 게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해 준다. 대형사 입장에서는 분담금 문제로 골치를 썩느니 PQ 통과만 담보된다면 단독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 정부는 동반성장을 부르짖고 있다. 공공시장의 공동도급제도는 동반성장을 위한 좋은 제도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정부가 있는 건 아이러니다. 건설산업에서 동반성장은 대형사와 중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문제만도 아니다. 정부를 비롯한 발주처와 대형사 및 중소사, 그리고 전문건설사 모두가 참여할 때 건설산업의 동반성장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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