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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문제의 근본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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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희대학교 댓글 0건 조회 1,011회 작성일 12-07-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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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정경팀장

   
내우외환(內憂外患)과 화불단행(禍不單行). 각각 ‘내부에서 일어난 근심과 외부로부터 오는 근심’이라는 뜻과 ‘화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잇따라 온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나라 안팎의 변수들과 노동계의 하계투쟁 등이 이어지며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외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유로존 사태로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여파가 확산되면서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사정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사 부실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환율, 물가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문제다.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잇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정부도 3.3%로 0.4%포인트 낮춰 잡았다. 성장률 하락은 국민의 고통지수가 커짐을 의미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병까지 등장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노동계의 하투(夏鬪)다. 화물운송 노동자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지난 25일부터 운송을 중단한 데 이어 건설노조도 총파업에 들어갔다. 택배업계 또한 내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며 금속노조는 내달 두 차례의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어제 경고파업을 벌인 민노총은 8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파업건수는 지난해 65건으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화물연대와 정부의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경우 파업동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부딪치는 곳이 많고 소리도 크게 마련이다. 가뭄이나 유로존 위기 등 외환(外患)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내 의지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투의 불을 댕긴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파업의 명분과 타깃을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상은 정부이고 요구조건도 정책과 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4년 전 약속한 표준운임제를 서둘러 법제화해 제도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건설노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정부에 시선을 맞췄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기진맥진한 기업들이 최저가낙찰제 등으로 적정 공사비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눌러 봐야 나올 게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체불 현장 가운데 4대강 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사 등 관급 공사현장이 70%에 달하는 만큼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건설사 관계자들도 이번 파업을 계기로 근로자 임금과 건설기계 대여료 체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대정부 투쟁은 종료됐지만 그들의 주장을 곱씹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는 구조를 개선해야만 풀린다. 불법에는 엄정하게 대처하되 문제의 근본이 어디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말로는 동반성장을 얘기하면서 정작 공사비는 턱없이 깎지 않았는지, 설마 손해 보고 수주하겠냐는 선입견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피가 돌지 않아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결국 생산현장의 하부에 있는 건설기계나 일용직 근로자들이라는 점을 간과한 게 파업의 빌미를 제공하진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무더위 속에 생존권을 외치는 노동자들이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의원회관에서 사실상 파업을 하면서도 ‘원포인트 국회’니 ‘원샷 국회’니 하는 해괴한 논리로 목소리를 높이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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